장씨가 그린 ‘지도 위 그림’
피터 장씨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갤러리에서 작업에 몰두한다.
OC 뉴포트비치서 갤러리 운영 피터 장
실제 사용하는 정부공인 항로지도에
물고기 낚싯배 등 담는 이색분야 개척
미국서 생소한 ‘어탁’도 일가견
오렌지카운티 해변의 백인 부촌 뉴포트비치. LA에서 남쪽으로 50마일쯤 떨어진 이곳에 가면 비아 리도(Via Lido)라는 길이 있다. 영화배우 존 웨인이 살았던 리도섬(Lido Island)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길 끝에는 호화 요트와 세일링 보트들이 질서정연하게 정착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아 리도가 더욱 유명한 것은 화랑 수십여개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인 피터 장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도 눈길을 끈다.
장씨가 운영하는 ‘피터 J 아트 갤러리’(Peter J Art Gallery, 3416 Via Lido, Newport Beach)는 여느 갤러리와는 좀 다르다. 이 갤러리가 이곳에서 9년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이런 차별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씨는 우선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어탁’을 한다. 일본발음 ‘기요타구’로 미국 사회에 소개된 어탁은 낚시해서 낚아 올린 물고기에 먹물을 칠하고 화선지에 찍는 것으로 일종의 물고기 판화라 할 수 있다.
물고기의 크기·모양·빛깔 그리고 비늘 하나하나, 지느러미 등 세세한 부분까지 판화형식으로 명확하게 떠내는 데 낚시 못지 않은 재미와 예술적 가치가 있다.
어탁을 위해서는 물고기가 죽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어탁을 찍을 때 죽은 물고기의 근육이 살아서 파닥거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먹물이 화선지에 튀어 독특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장씨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어탁해 주거나 손님이 원할 경우 낚싯배에 동행, 즉석에서 어탁을 떠 주기도 한다. 배 위에서 직접 잡은 고기를 어탁하면 가격은 700달러 정도. 현장에서 직접 어탁하지 않고 인쇄한 것은 액자 포함해 200∼300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
장씨가 요즘 집중하는 것은 ‘지도 위 그림’(Nautical Chart Painting). 이 그림은 실제 항해에 사용되는 정부 공인 항로 지도 위에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낚싯배나 특정 풍경 혹은 물고기 등이 많이 그려진다.
지도 그림은 장씨가 처음 시도하는 분야로 한국어나 영어 표현에 마땅한 게 없어 장씨가 이렇게 이름 붙였다. 미국에서는 장씨를 포함해 4명 정도가 비슷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인은 장씨가 유일하다. “배를 갖고 있거나 낚시를 좋아하는 강태공들은 해양 지도를 좋아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사연이 담긴 낚싯배나 좋아하는 물건, 풍경 등이 그려져 있을 경우 구입하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도는 연방 정부에서 발행하는 공인 지도를 사용하고 물감은 수채물감을 쓴다. 흰색 물감에는 조개가루를 갈아넣어 변색을 방지한다.
지도 위 그림 가격은 장당 5,000달러 선인데 손님의 의뢰가 있는 때만 작업한다. 완성된 그림은 원본을 제외하고 250매 정도 복사본이 만들어져 보급가에 판매되기도 하고 T셔츠에 인쇄되는 경우도 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1년에 150장도 그리곤 했어요. 근데 몇 년 뒤 다시 보면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한달에 2장 이상은 작업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장씨는 지난 1984년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하다 미국에 건너왔다. 처음에는 동양화의 멋을 알리는 데 집중했으나 곧바로 어탁과 지도 위 그림 분야를 개척해 주류사회 미술시장을 뚫었다. 애나하임, 풀러튼 등에서 활동하다 9년 전 백인 동네인 뉴포트비치에 정착했다고 한다. (949)673-4904, www.peterJart.com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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