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벨뷰에 단기 어학연수 한국꼬마들 몰려
기초영어 아닌 한국서 이미 배운 회화 숙달 위해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박 모씨(39)는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6월 10살 및 8살 난 두 딸을 데리고 벨뷰에 있는 언니의 집을 찾아왔다. 미국학교의 방학이 끝나는 9월 말까지 머물면서 딸들이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배운 영어를 현지 인들과 어울려 활용할 수 있도록 학원과 YMCA 및 각종 여름 캠프에 보낼 예정이다.
남매(12세 및 10세)를 둔 문 모씨(41)도 학원의 영어클래스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올라 낙담한 후 아이들을 이사쿠아에 있는 친정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비행기 값이 비싸다지만 한국에서 1달간 학원에 보내느니 그 돈으로 미국에 단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더 알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3-4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여름방학을 이용한 단기 어학연수 붐은 최근 900원대까지 떨어진 달러약세와 한국정부의 외환 자율화 조치에 힘입어 더욱 강한 바람으로 시애틀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또한 한국을 휩쓸고 있는 자녀 영어교육 열풍으로 조기유학생들의 유형도‘ABC 기초 영어 배우기’에서‘현지 인처럼 영어하기’로 바뀌고 있는 것도 어학연수 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학생 상담 전문업소인‘시애틀 유학 닷컴 컨설팅’의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조기유학, 특히 단기 어학연수에 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며“서울의 경우 유학을 안 가본 초등학생이 없을 정도이고 이제는 2차, 3차 유학 가는 아이들이 점차 많아져 유학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학연수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각종 클럽. 카페가 활성화돼 막연하기만 했던 미국 어학연수 이야기를 어디서나 듣게 됐으며‘다들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이라는 경쟁의식이 부모들을 부추긴다고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ESL은 옛말, 장기유학 위한 도약대로 활용도
달러화 약세, 한국정부의 외환자율화 조치 덕봐
인터넷 유학클럽을 운영하는 조 모씨는“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도시에서도 학부모들 사이에 자녀를 어학연수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서울의 ‘영어마을’이나‘한달 영어 집중리조트’등 비용이 만만치 않은 캠프를 보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유학 행을 결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에서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조기영어교육의 열풍과 새로운 종류의 조기유학생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벨뷰 학원의 김덕영 원장은“예전엔 단기유학 오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기초영어를 배울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한국서 이미 배운 영어를 숙달시키려는 경우가 많다”며 “ESL 시험을 통과해 단숨에 정규수업을 수강하는 유학생들도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김 원장은“부모들이 YMCA나 미국교회의 여름 성경캠프 등 자녀들이 현지인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 학원도 미국 초등학생들 캠프와 연계해주며 미국 문화체험을 위한 토요반을 따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조기유학은 더 이상 영어공부의 한 방편이 아니며 장기유학을 모색하는 시험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시애틀 유학 닷컴의 관계자는 “유학에 관해 질문하는 부모들의 관심이 ESL에서 명문대 진학으로 옮겨졌다”며 이제는 ‘어디에 있는 어떤 학교’를 지목하며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길 컨설팅의 한 관계자는 “벨뷰는 이미 한국에서 워싱턴의 강남학군으로 알려져 있다”며 아직은 부모들이 연고자가 있는 곳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고 있지만 워싱턴주가 캘리포니아나 뉴욕보다 안전하고 교육환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들을 보내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유학생들의 성공률에 대해 벨뷰 학원의 김 원장은“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숙제를 꼬박꼬박 하는 습관이 배어 있고 수강태도도 매우 좋아 2∼3개월의 짧은 기간에도 실력이 많이 향상한다”고 말했다.
단기유학 온 조카들을 한달간 돌보고 있는 렌튼의 김 모씨는“아이들이 한국에서부터 학원생활에 잘 단련돼 있지만 남의 나라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아이들을 맡은 나 자신도 좀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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