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야 서머페스트의 ‘세종 솔로이스트’
김용제 <바이얼리니스트>
샌디에고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라호야(La Jolla)에서 지난 일요일 열린 여름 음악제(Summerfest)의 피날레는 이번 여름 유난히 많았던 LA 한인 음악회에서 풀지 못한 여러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20년째 되는 이 음악제는 정상급 음악가들이 모여 할리웃 보울 같은 픽크닉풍의 여름음악제들과는 다른 질 높은 실내악을 연주하는데 올 여름 피날레는 현악합주단 세종 솔로이스트(SEJONG SOLOISTS·사진)가 담당했다.
14명의 현악주자로 구성된 이 그룹은 10년 전 줄리아드의 강효 교수가 한국인 위주로 만들었다. 애스펜(Aspen) 음악제 등 많은 국제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2년 전부터 강원도 용평 음악제의 상주 합주단으로 매 여름 공연하고 있다. 지금은 외국인 멤버들도 있어 국제 세종 솔로이스트라 칭하지만 국제무대를 넘나드는 한국인의 유일한 합주단으로 자랑삼을 만하다.
첫 곡 엘가(Elgar)의 세레나데는 에니그마 바리에이션(Enigma Variation)과 더불어 그의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 그가 자란 영국 시골의 전원과 바이얼리니스트로서의 배경이 잘 나타나는 서정적인 곡이다. 주제가 전개되지 않고 색과 화음이 변화하며 반복돼 꽃밭에 핀 여러 색의 꽃을 묘사하는 듯 하고, 곡이 요하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소리와 구김 없는 긴 선을 깨끗이 들려주기에 세종 주자들의 기량은 충분했다. 할리웃 보울서 불꽃놀이와 함께 요란하게 연주되는 1812 서곡과 달리 같은 해에 썼어도 각별한 정성과 예술성이 담긴 곡으로 평가되는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는 축제의 여운을 남기며 인상깊게 연주되었다.
웅장한 첫 악장에 이은 왈츠에는 감미로운 경쾌감이 넘쳐흘렀고 열정이 찬 긴 선율의 3악장 다음의 피날레에서는 남달리 빠른 템포가 스타카토를 더욱 예리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완벽한 테크닉과 앙상블을 선보임으로써 모두가 독주 실력을 갖춘 멤버들임을 잘 나타냈다. 특히 우수한 독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리차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비올라 파트는 바이올린에 못지 않게 율동적이고 풍부한 소리로 앙상블의 깊이를 더욱 높였다.
각 파트 주자들의 완벽한 통합은 14명이 마치 하나의 4중주단처럼 들리게 하면서 개개인의 풍요로운 음량 때문에 수가 두 배를 넘는 현악 오케스트라에 못지 않은 방대한 소리를 냈다.
이 음악제의 음악감독인 바이얼리니스트 쵸량린과 뉴욕필의 비올라와 첼로 수석 셋이 연주한 3중주곡 디베르트멘토(Divertimento)는 모차르트의 손꼽히는 실내악 작품의 하나. 독주만큼 실내악 연주를 많이 하는 쵸량린이 다소 경직된 느낌을 주면서 압도해 나가고, 비올라의 유연하고도 표현력 강한 소리가 대조되어 주의를 이끌었다. 뒷전에서 들러리로 머무는 비올라가 이날 두 그룹 모두에서 다른 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이례적이고 좋은 부분이었다.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세종 솔로이스트가 LA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아직 소개되지 않고 있는 아쉬움이 속히 풀리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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