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할리웃 보울 공연 첼리스트 장한나 인터뷰
첼리스트 장한나가 9월7일 오후 8시 할리웃 보울 무대에 선다. 앞으로 2∼3년 연주 일정이 꽉 차있는 그녀지만, 이번 연주는 정말 힘들게 잡힌 일정이다. 9월5일 영국 런던 BBC 프롬나드 콘서트 초청 연주회를 마친 후 곧장 LA로 날아와 할리웃 보울 무대를 장식한다.
첼리스트 장한나
게다가 지난달 영국의 테러 음모사건 이후 런던발 비행기내 악기 반입을 금지하는 바람에 그녀는 먼길로 돌아와야 한다. 분신인 첼로를 짐칸에 실을 수 없기에 열차를 타고 파리로 가서 휴스턴을 경유해 LA로 날아오는 것. 비행기 한 대라도 놓치면 연주시간 맞추기가 아슬아슬해 걱정스럽지만, 유난히 따뜻한 한인들의 사랑이 있는 LA에 온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고 한다.
2003년 입학한 하버드대 철학과를 두 학기 다니고 휴학 중인 장한나. 언젠가 대학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한시도 책읽기와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애늙은이’라고 부른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의 집으로 전화를 건 날도 중·고교 시절 배운 프랑스어를 까먹는 것 같아 보들레르의 시집을 원어로 읽고 있었다. 다음은 장한나와의 일문일답.
▲2000년에 이어 할리웃 보울 무대에 다시 서는 기분이 어떤가.
-할리웃 보울은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어서 너무나 신이 난다. 즐겁고 편하면서 색다른 한여름 밤의 꿈에 부풀어 있다. 할리웃 보울과 같은 야외공연장은 마이크를 통해 음향을 만들어낸다는 부담감이 있긴 해도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실내 연주장은 엄숙한 분위기를 지니고, 어느 자리에 앉아도 음향이 좋으며 얼굴을 볼 수 있어 청중과 대화를 하기 적당하지만 야외공연장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또, LA필이 미겔 하드-베도야는 반드시 만나야할 지휘자라고 적극 초청했다. 30대 초반의 지휘자를 만나는 게 쉽지 않아(까르르 웃음소리) 호기심도 작용했다.
▲연주곡목이 생상의 첼로 콘체르토 1번이다. 올해 초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획 음반을 발매했기에 쇼스타코비치 곡을 기대했는데 좀 의외이다.
-이 곡은 LA필의 연주테마인 ‘프랑스풍 환희’(French Delights)에 어울리는 곡이다. 프랑스 작곡가의 스페인향이 나는 곡이라고 할까. 리사이틀의 경우 한해 2∼3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지만, 오케스트라 협연은 좀 다르다. 알다시피 열두 살 때 이 곡을 녹음한 적 있다. 음악적 기교나 곡의 길이로 보나 가장 어려운 곡은 아니다. 쇼스타코비치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처럼 난해하지도 않다. 그래서 쉽게 생각할 위험이 있는 곡이다. 그 음악 자체 안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곡이라는 연주자 스스로의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7일 할리웃 보울 솔로 협연에 이어 12월3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LA 리사이틀이 예정돼있다. 어떤 곡들을 연주할 예정인가.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쇼팽 첼로 소나타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를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 5년간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등 20세기 초 러시아 음악을 집중적으로 연주해 오다가 요즘은 고전 낭만주의 음악을 되돌아갔다.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 난해하고 무거운 음악을 연주하다 보니 성숙해지고 그런 지식을 갖고 다시 낭만파로 돌아오니 곡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쇼스타코비치는 날카로운 아이러니가 있어 너무나 차가운 아름다움, 불타는 정열이 느껴지지만, 고전 낭만음악은 구조와 연주 형식이 철저하다. 틀 안에서 철저한 음악으로 새롭게 청중과 만나고 싶다.
■할리웃 보울
‘프랑스풍 환희’(French Delights)
일시: 9월7일(목) 오후 8시
장소: 할리웃 보울(Hollywood Bowl,
2301 N. Highland Ave.)
티켓가격: 5∼111달러
문의: (213)480-3232
www.HollywoodBowl.com
후원: 한국일보 미주본사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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