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1960년대에 대한 향수병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주 흔한 질병이다. 젊음과 저항, 그리고 자유로 요약되는 60년대 청년문화 안에서 패션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혁명적인 시기였다.
영화 속 주성치가 출연한 한 장면.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빈티지풍 모르룩이 썩 잘 어울린다.
비틀즈라는 새로운 종교의 영향으로 모즈룩(mods look)이 유행하고, 미니스커트가 처음으로 출현하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왠지 멋져 보이는 히피 스타일이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심장을 훔쳤다. 그 어느 때보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이 유행했고 디자이너들은 패션의 모든 공식을 깨는 데 열중했다.
21세기에 와서는 복고풍과 레트로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모즈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원래 모던스(moderns)의 약자로 1960년대 당시 구태와 과거에 대한 전복과 저항을 의미했다.
다분히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패션 모델이나 할리웃 스타들 중 진정한 패셔니스트냐 단순한 ‘따라쟁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이 모즈룩을 얼마나 멋스럽고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느냐이다.
특히 스커트도 못 입고, 드레스도 입을 수 없는, 그래서 한정된 아이템만으로 패션이라는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남성들에게 이 모즈룩은 바로 ‘그 남자’의 패션 됨됨이를, 혹은 패션 철학을 한눈에 읽게 해준다.
그러나 런던에서 발원한 이 모즈룩이 어찌된 일인지 디올 옴므 캣워크에 선 금발의 푸른 눈동자를 지닌 비쩍 마른 남성 모델들보다는 홍콩이나 한국 스타들이 입으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자니 뎁의 모즈룩은 100점에서 10점을 더 주고 싶을 만큼 근사하지만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홍콩 배우 주성치의 모즈룩 코디 감각은 자니 뎁이 울고 갈 정도니 말이다.
얼마전 한 패션잡지 인터뷰에 나온 주성치는 이 모즈룩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그는 앉으면 복사뼈가 다 보일 정도로 길이가 짧은 모즈룩 스타일의 밝은 회색 바지에 러닝 슈즈를 신고 있었는데, 그의 날렵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발목을 헐렁하게 감싸고 있는 주름진 목양말이 아주 근사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타이트한 흰색 러닝셔츠에 물 빠진 청재킷을 입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패러디할 수 있고, 모든 영화 문법과 논리를 뛰어넘어 모든 걸 자기 식대로 바꾸고 해석하는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대변하는 옷차림이었다.
보는 순간 주성치에게 한눈에 꽂힌 나는 ‘어머어머, 바로 이거야, 당신도 이렇게 입어보는 거야. 어때?’하며 그의 사진을 남편의 코앞에 들이밀지만 화이트 드레스 셔츠와 수트 팬츠가 현존하는 최고의 남자다운 패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푸우베어 남편은 끌끌 혀차는 소리로 내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해왔다.
그리고 그것도 성에 안찼는지 얼마전 본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대사를 날린다. “마이 아파?”
솔직히 남편이 주성치처럼 입는다고 해도 그건 아무래도 남세스러울 듯 싶다. 아무래도 모즈룩을 입히기 위해선 푸우베어를 일단 트레이드 밀 위에 올리는 게 급선무일 듯. 혹 아는가.
디올 옴므 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푸우베어 몸매에서 벗어나면 그의 옷에 대한 그의 철학이 바뀔는지. 그러나 트레이드 밀이 푸우베어의 패션감각까지 개조해 줄지는 ‘시어머니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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