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증오는 내 몸 속의 배터리 산액 속에 녹여 다만 하얀 결정으로 녹여 내리고 거친 분노는 가슴 밑바닥 앙금으로 가라앉히고 이제는 오직 사랑과 미소만을 방출하는 뚜우∼뚜우∼뚜∼ 영혼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우주의 어느 외진 골짜기 숨은 꽃의 미소를 찾아 나서네
김호길(1943 ~ ) ‘송신’ 전문
조그만 몸뚱이, 대전체(帶電體) 하나, 우주의 어느 골짜기에서 신호를 보낸다. 그 너른 우주를 상대해서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미움과 증오는 배터리 산액 속에 녹여 없애고 숨어 있을 꽃의 미소를 찾아내기 위해 영혼을 맑히고 있다.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양극(陽極)의 안테나에 와 닿을 사랑과 미소로만 대꾸할 숨은 꽃의 발신음을 향해 안테나를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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