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타짜’ 김혜수 - 체중 줄이고 외모 신경, 매력 200% 발산
’유연한 고양이’ 정마담 캐릭터 설정 고민… 배우로 날개펼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죠
인터뷰가 있던 날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는 김혜수는 씩씩함으로 손님을 환대하며 피곤함을 잊으려는 듯 보였다. 점심도 거른 채 인터뷰에 몰두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마치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ㆍ제작 ㈜싸이더스 FNHㆍ28일 개봉)에서 연기한 정마담처럼 때론 대범하게, 때론 속뜻을 생각해 보게 끔 강약의 리듬을 타며 노련한 말솜씨를 이어갔다.
# 팜므파탈의 프러포즈
김혜수는 이번 영화의 캐스팅을 ‘프러포즈’라 표현됐다. 한번쯤 작업해 보고 싶던 최동훈 감독에게서 먼저 출연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 뒤 잴 것 없이 시나리오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김혜수는 도박의 ‘도’자도 모르는 데다 원작도 읽어보지 않은 터라 하겠노라 공언은 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주위에선 적역이라 축하했지만 배역을 맡은 김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김혜수는 “나의 화려한 이미지만 정마담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난 요부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정마담이란 캐릭터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 개인적으로 부족한 면을 많을 끌어내야 해서 촬영 초반 헤매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비중이 적었던 정마담은 영화에서 제법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술집을 운영하며 도박판을 설계하고 주인공 고니(조승우)를 조종하는 무서운 욕망을 가진 여자다. 김혜수는 이런 정마담을 ‘유연한 고양이’로 분석했다.
그런데 실제의 김혜수에게는 그 ‘유연한 고양이’의 끼가 부족했다. “애교와 내숭은 물론이고 차가운 듯 하면서 뜨겁고 말랑말랑하게 구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유전자가 내게는 없다. 그런데 이걸 확 보이는게 아니고 살짝 드러내며 아주 강한 임팩트를 줘야 하는 게 숙제였다.”
# 패섞기로 ‘타짜’계 입문
영화에 등장하는 도박은 ‘섯다’다. 48장의 화투패 중 단 20장으로 하는 이 게임은 도박 중의 도박으로 불리는 전문꾼들의 노름이다.
김혜수는 이번 영화로 도박에 첫 발을 뗐다. 다만 전문 ‘꾼’인 조승우 백윤식 등과 달리 능숙하게 연기를 해야할 필요가 없었다. 김혜수는 “미숙하지 않게 패를 섞는 정도만 연기하면 됐다. 20장의 화투를 가지고 차에서 이동할 때나 촬영장에서 섞는 연습만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혜수는 이보다 정마담의 교란 작전을 어떻게 표현 할지가 매우 까다로웠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극중 팬티 노출 장면도 다 작전의 일부였다. 상대방의 시선을 자극해 한 눈을 팔게 하는 표현이 훨씬 어려운 연기였다.
“설정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어서 차별적으로 표현하기가 녹록치 않았다. 제대로, 그럴싸하게 보여주어야 하는 부담이 컸었다”고 말했다.
# 경력 20년의 의미
영화 ‘타짜’ 화보 · 김혜수 화보
김혜수는 올해로 데뷔 20년째를 맞았다. 날고 기는 스타들이 하룻만에 뜨고 지는 험한 쇼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올곧게 자리잡은 여배우다. 화투패에 그의 인생을 비교하면 광이며 피며 모든 패가 골고루 섞인 형국이란다.
김혜수는 “철없을 때 시작해서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심지어 20대 중반을 넘어서야 정체성도 찾았다. 다만 나는 능력이나 자질에 비해 혜택을 많이 받고 살아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타짜’에 이어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로 연하의 대학생을 유혹하는 유부녀를 연기하고 있다. 도박판의 여자에 이어 불륜까지 너무 내달린다 싶어 걱정을 했더니 우문현답이 되돌아왔다.
“배우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내 취향껏 작품을 선택한 지가 얼마 안됐다. 흥행의 성패, 연기력의 비판을 떠나 배우의 기준으로 작품을 고른다. 배우로 크게 날개를 펼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니겠는가.”
김혜수는 이번 영화로 부쩍 예뻐졌단 소리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마담을 통해 여성적 매력을 200% 발산하느라 외적인 변화에 신경을 썼다. 영화를 기점으로 피부과도 꼬박꼬박 다니고, 체중을 3Kg 줄이며 농염한 몸매를 만드는 등 이전보다 외모에 투자를 많이 했다.
김혜수는 “정마담을 위해 준비했다기 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신경을 안 쓰면 금방 망가지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배로 걸린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는 못하고, 그냥 신경을 쓰고 있다. 겉보기에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지만 그동안 배우로서 의무 만큼만 딱 꾸미고 살았다. 그래서 해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tshankook.co.kr
ㆍ사진=김지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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