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호스니 무바락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크게 분노한 적이 있었다.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이집트 장성에게 너무 소홀한 대접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집트 장성은 성대한 만찬을 기대했는데 식탁에 가보니 소시지 두 개와 토마토 한 개가 나왔더라는 것이었다.
당시 무바락 대통령은 이를 국가적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샤론 총리에 대해 개인적 험담에 가까운 비난을 했었다. 국가 수반이 겨우 먹는 음식을 가지고 그렇게 흥분하느냐고 말한다면 그것은 중동의 전통을 모르는 말이다. 손님에 대한 예우가 극진할수록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리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지만 중동에서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고 한다.
가까운 예로 한국에 주재하는 대사관 파티를 보더라도 중동의 여러 나라 대사관들은 음식이 푸짐하기로 유명하다. 음식 접시의 바닥이 보이면 안 된다며, 양 한마리를 통째로 구워 대접하는 식이라고 한다.
지금은 양 한 마리이지만 고대로 가면 연회는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성대했다. 예를 들어 앗시리아에서는 정말로 기억에 남는 성대한 연회를 하려면 양 1만4,000마리, 계란 1만개 등의 식재료가 필요했다는 기록이 있다. 외국에서 온 국빈은 몇날 며칠을 먹고 마시면서 흐뭇한 기분으로 양국 간의 우호를 다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국제 외교에서 주고받는 말만큼이나 먹고 마시는 음식이 중요한 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성대한 연회는 양국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 국가에 따라 손님에 대한 대접이 더 융숭하기도 하고 조촐하기도 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는 외국 정상에 대해 그가 얼마나 극진한 지를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또 하나 있다. 손님을 어디서 맞느냐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외국 정상을 백악관에서 맞느냐,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맞느냐, 아니면 그의 개인별장인 크로포드 목장에서 맞느냐에 따라 예우의 급이 달라진다.
물론 가장 친밀하게 생각하는 손님들은 크로포드 목장으로 안내된다. 그곳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며 친목을 다진다. 목장 단골 손님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그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고이즈미에 대해서 부시는 특히 각별해서 지난 6월 방문시 대통령 전용기로 멤피스의 엘비스 프레슬리 저택을 같이 방문하기도 했다. 고이즈미가 엘비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특별한 예우를 한 것이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조촐했다. 백악관에서 한시간 가량 회담하고 간단히 오찬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양국 간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마저도 불안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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