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대 한인타운 한 유흥업소 입구에서 한인들이 전화 통화에 열중하고 있다. 업소 입구이기는 하지만 주변의 강도범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신효섭 기자>
밤 늦은 시간 으슥한 길을 홀로 지나가는 한인의 모습이 약간은 위태로워 보인다. <신효섭 기자>
한밤 인산인해 유흥가 르포
업주들도, 손님들도
“남의 일인데 뭘…”
사건현장 피 고였던 곳
술취해 주저앉아 비틀
“에이, 강도가 우리 가게에 오겠어요?” “사건은 관심도 없어요. 남의 일인데요 뭘.”
연쇄강도로 한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한인들의 방범불감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27일 밤 9시 한인타운의 대표적 유흥가인 6가 인근에 위치한 샤핑몰들은 몰려든 유흥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3인조 흑인강도가 지난 보름간 무려 15곳의 한인업소를 털어 타운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알렉산드리아 샤핑몰의 한 주점 종업원은 “사건이 났었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그런 것 잘 모르고 알아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기자의 우려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지난해 말 총격사건이 발생해 무고한 손님이 생명을 잃었던 모 카페에서도 “연쇄 강도사건과 상관없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총격사건으로 피가 흥건히 고였던 장소에 자신들이 앉은 것을 모른 채 술에 취해 떠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
방범문제에 무관심하기는 유흥가를 찾는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밤 11시께 지난 8월 채프만 플라자에서 발생한 한인 살해사건의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서있던 일단의 한인 청년들은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술에 취한 친구를 부축하고 서있던 20대 초반의 한인 청년은 “강도가 나타나면 때려잡으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며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모두 노인들이니까 당했지 우린 그럴 일없다”고 말해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호기를 부렸다.
이러한 방범 불감증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시큐리티 가드들은 믿고 의지해야 할 경찰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보이고 있었다.
채프만 플라자의 경비를 맡고 있는 실 시큐리티 서인석 대표는 “경찰은 불러봐야 상황 종료 후 나타나 이것저것 물어보며 귀찮게만 할뿐 도움이 안 된다”며 그동안 쌓인 불만을 내뱉었다. 그는 “원래 시큐리티 가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게 사건을 신고하고 경비업무에만 충실해야 하는 것이 임무”라고 밝히고 “하지만 경찰력이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쇄 강도사건도 경찰이 해결을 제대로 하려나 모르겠다”며 “경찰이 한 일이라고는 찾아와 ‘조심하라’ 한마디 해주고 간 것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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