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버려진 한인 신생아 발견, 키우다 입양시켜
베이비시팅으로 번 돈 모아 한달에 한번꼴 만남
“업둥이를 아시는지요?”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 대문 앞 보자기에 싸여있던 갓난아기의 추억을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내 몫 챙기기에도 바쁜 2006년, LA한인타운의 ‘업둥이 할머니’이야기가 한인들의
가슴에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LA한인타운 웨스턴길 북쪽의 단촐한 주택. 업둥이 할머니를 찾아 나선 기자를 맞닥뜨린 60대 후반의 한인 할머니는 “그런 건 말하면 안 되는 거야”라며 대문 문턱 너머에서 연신 손사래를 쳤다.
업둥이 할머니의 이야기가 세상 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할머니에게 베이비시팅을 맡기던 아줌마들을 통해서다. 보릿고개 시절에나 있을 법한 업둥이가 2000년대 미국 LA한복판에서 발견됐다는데 이들은 놀랐고 할머니의 업둥이 사랑에 또 한 번 놀랐다.
할머니와 업둥이의 인연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자기대신 카시트에 담겨진 신생아. 사회복지시설이 잘 돼 있는 미국이지만 산모는 정부기관을 두드리는 대신 업둥이의 길을 택할 정도로 다급했던 것일까. 갓 한살이 될까말까한 한인 신생아는 할머니 집앞에 그렇게 세상에 버려졌다.
그러나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할머니는 아기에게 세상의 빛을 선사했다.
수개월간 아이를 키우던 할머니는 신부님과 상의 끝에 더 좋은 환경의 가정에 아기를 보내는 것이 최선이란 결론에 도달, LA시 외곽의 한 한인 가정에 아기를 입양한다.
할머니는 아이를 보기 위해 지금도 한 달에 한 번꼴로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세상 나들이에 나선다. 베이비시팅으로 어렵사리 모은 용돈을 아기를 위해 써달라고 양부모에게 전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혹여 업둥이에게 피해가 갈까 입조심을 아끼지 않은 ‘업둥이 할머니’. 덕분에 할머니 집 이웃들은 ‘업둥이’의 존재조차 모른 채 “그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내 일, 내 가족 이외에는 세상에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리는 2006년 가을, 업둥이 할머니의 미담이 한인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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