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지상파 방송 3사 프로그램 개편의 두드러진 경향은 ‘따라 하기’가 될 전망이다.
KBS MBC SBS 방송 3사가 10월말에서 11월초로 예정된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파일럿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짙게 보여주고 있다.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아이템에 새로운 기획을 첨가해 그다지 새롭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꾸미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발전적 따라하기’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개편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도 남기고 있다.
특히 지난 봄으로 예정된 프로그램 개편이 독일 월드컵과 맞물리며 유야무야 돼 이번 가을 프로그램 개편이 사실상 올해의 유일한 개편임에도 그다지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방송가의 아이템 및 소재 빈곤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방송 3사가 9월말부터 추석 연휴 기간에 걸쳐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10여개에 달한다.
KBS 2TV는 ‘경제 비타민’, ‘액션 100만 마일’, ‘사기충전’ 등을 선보이고, SBS는 지난 9월 이미 방영된 ‘슈퍼 아이’와 ‘8대1’ 외에 ‘놀라운 대회 스타킹’, ‘백만불 아이디어’ 등을 새롭게 시험대 위에 올린다. MBC 또한 ‘불만제로’, ‘돈버는 TV 대박원정대’ 등을 11월초부터 고정 편성할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에선 KBS 2TV ‘스펀지’, ‘비타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일요일이 좋다’, ‘솔로몬의 선택’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특성을 공통되게 발견할 수 있다.
‘경제 비타민’, ‘백만불 아이디어’, ‘돈버는 TV 대박원정대’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경제야 놀자’가 경제를 소재로 재미있게 꾸며내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을 좇는 경향이 뚜렷하고, ‘슈퍼 아이’, ‘백만불 아이디어’는 새로운 지식 찾기의 재미로 장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펀지’의 아류라 해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액션 100만 마일’은 ‘일요일이 좋다’의 ‘X맨’과 ‘실제상황 토요일’ 등 짝짓기와 명랑 운동회가 결합한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자체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모았던 ‘출발 드림팀’의 계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태의 재현임은 자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사 아류 프로그램들이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가득 채울 전망이지만 각각의 제작진이 ‘따라 하기’와 ‘흉내내기’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다. ‘액션 100만 마일’ 제작진처럼 오히려 ‘계승’을 당당하게 내세우기도 한다. 소재와 아이템 빈곤 현상의 탈출구를 발전적인 확대 재생산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KBS 예능팀의 한 PD는 “더 이상 재미있는 소재와 아이템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소재와 아이템을 얼마나 새롭게 활용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 새롭게 꾸미는 것으로 승부를 걸 시대가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발전적 따라 하기’는 방송가의 주류로 떠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때 중요한 점은 ‘형보다 나은 아우’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이 ‘발전적 따라 하기’에 수긍하고 이를 즐긴다. 만일 이에 실패한다면 소재 빈곤에서 비롯된 방송가의 위기 상황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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