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한인 입양인 우려 반
“고아 수출국 오명 탈피 반갑지만 보다 나은 삶 누릴 권리 빼앗는 것”
5명의 자녀 중 4명을 한국에서 입양해온 마리 니아호스씨 가족은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족처럼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 자매로 살아가는 손꼽히는 가정이다. 입양 자녀들의 문화 정체성과 심리적 안정 등을 부여해 주기 위해 같은 국가에서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외 입양 금지 법안이 미국에만 15만여명에 이르는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에 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인 입양인과 그 가족들은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썼던 모국의 변화에 반가움을 나타내면서도 해외 입양 금지 법안이 고아로 남겨진 아동들의 권리를 뺏지 않을까 우려를 동시에 갖는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해외 입양 금지는 루마니아 등 동구권 일부 국가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중동권 대부분의 국가 등 약 전세계에서 약 60여개국이 시행 중이다.
한인 입양인과 그 가족들은 해외 입양 금지란 극단적 방법을 제시한 한국 사회에 대해 ‘과연 한국 사회가 해외 입양이 필요없을 정도로 성숙했나?’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인 입양아 출신인 미시 스탁브릿지는 “해외 입양이 필요없다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자체적으로 수많은 고아들을 국내 입양할 수 없고 고아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조건 해외 입양을 금지한다면 이는 아동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인입양인네트워크의 케시 벡 회장은 한국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국 사회의 발전상이라고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은 때가 아닌데...’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인 입양인 출신으로 해외 입양 전문기관인 홀트인터내셔널의 수잔 순금 콕스(54)부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아동들의 권리”라며 “한국 사회의 결정은 전적으로 한국민들에 달려있지만 아동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박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 부회장은 해외 입양 금지 법안 추진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에게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이메일을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 한 상태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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