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국제영화제 출품작인 독일영화 ‘몰락’. 히틀러(왼쪽)의 최후를 그린 드라마다.
‘여학생의 일기’의 주연배우 박미향.
버라이어티 기자 참관기
72편 참가… 한·미 영화 제외
작품상, 독일영화 ‘나폴라’
북한선‘여학생의 일기’‘ 평양 날파람’출품
유럽영화 강세… ‘소림사 축구’ 최고 인기
제10회 평양국제영화제(PIFF)가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돼 독일 영화 ‘나폴라’(Napola)가 작품상을 탔다고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신문은 데렉 엘리 기자를 평양에 파견, 이 고립된 국가의 국제영화제에 관해 상세히 보도했는데 120여명의 외국인 초청객들(공식 사절, 감독, 제작자, 수입업자 및 아시아영화 비평가)은 대동강 상의 섬에 지은 47층짜리 양각도 호텔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1987년에 시작된 PIFF(부산국제영화제와 이니셜이 같다)의 올해 주제는 ‘평화, 독립 그리고 우정’이었지만 남한 영화는 물론이요 미국 영화와 영화 관계자는 초청되지 않았다.
영화제에는 총 72편이 출품됐는데 42편의 극영화와 기록영화, 단편 및 만화영화 등이 상영됐다. 새 영화와 함께 수년이나 묵은 영화들이 상영됐는데 많은 영화들이 호텔 옆 5개관으로 된 평양국제영화관에서 선을 보였다. 그러나 개막작으로 독일 영화인 ‘베른의 기적’과 함께 규모가 큰 영화들인 영국 코미디 ‘빈’과 ‘보모 맥피’ 및 프랑스영화 ‘숨겨진’ 등은 평양 시내의 3,000석 규모의 문화인민궁에서 상영됐다. 기자들은 동원된 관객과 함께 영화를 구경했다.
독일 영화가 가장 강세를 보여 ‘나폴라’와 ‘베른의 기적’ 외에도 ‘소피 숄: 마지막 날들’과 ‘시간의 그림자’ 및 히틀러의 최후를 그린 ‘몰락’ 등이 상영됐다. 러시아도 5편을 출품했고 영국(‘신부와 편견’)과 프랑스는 각기 3편을 출품했다. 스웨덴(흡혈귀 영화 ‘동생’), 중국(‘너와 나’ ‘사랑할 때’), 인도네시아(‘조니의 약속’),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체코, 캄보디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및 스리랑카 등도 작품을 선보였다.
이 중에서 관객들의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영화는 홍콩의 스티븐 차우가 감독한 ‘소림사 축구’. 관객들이 자리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신나게 구경했다고 엘리 기자는 보도했다.
북한 영화는 지난 8월에 개봉된 ‘여학생의 일기’와 ‘평양 날파람’이 상영됐다. 장인학이 감독하고 18세의 박미향이 주연한 ‘여학생의 -’는 집을 자주 비우는 아버지의 그의 10대 딸과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 이 영화는 북한서 800만명이 관람했다. 촬영감독 출신의 표광 감독의 8번째 영화인 ‘평양 날파람’은 반일 시대극 액션영화로 북한 10대들의 우상인 25세의 리룡훈이 주연했다. 600만명의 북한 사람들이 영화를 봤다고 신문은 밝혔다.
올해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는 이 2편 뿐으로 내년에는 5~7편 정도로 제작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영화광인 김정일이 북한 영화산업의 기술적인 면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신장비 구입에 300만달러를 투입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은 20만편의 영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은 3개의 국립영화 스튜디오에 속해 있으며 월급을 받는데 북한의 편당 제작비는 10만달러 정도. 북한에는 500개의 스크린이 있다.
비록 북한 시민들은 미국 영화를 볼 수 없지만 젊은 층은 서양 배우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많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비디오방을 즐겨 찾는다. 북한에서 미국 영화를 볼 수 있는 층은 대학생들과 평양 드라마 영화협회에서 수업하는 3학년생 이상이다.
북한에서 영화 매매 흥정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그것은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은행구좌를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는 북한의 한국 영화수출입사의 직원들이 참석, 장사를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제에서는 유럽 영화들이 큰상을 휩쓸었다. 대상을 받은 ‘나폴라’는 나치 청년단원 양성학교의 이야기이고 감독상은 프랑스의 소품 ‘사랑 받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지요’(Not Here to Be Loved)의 스테판 브리즈가 받았다. 각본상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미하엘 헤네케가 감독한 ‘숨겨진’(Cache)이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곧 폐교될 시골 초등학교의 68세된 학생의 얘기인 스위스 영화 ‘슈테르넨베르크’(Sternenberg)에 나온 마티아스 그나딩어가 수상했다. 촬영과 미술상은 인도의 화가이자 영화감독인 M.F. 후사인이 만든 ‘메낙시: 세 도시 이야기’(Meenaxi: Tale of 3 Cities)가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러시아의 로자 영화스튜디오 소장 갈리나 에브티센코, 독일 제작자 한스 에버하트 융커스도르프, 베이징 영화스튜디오 소장 왕 하오웨이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PIFF는 지금까지 격년제로 열려 왔으나 내년부터 연례행사가 될 것 같다고 신문은 말했다.
‘평양 날파람’은…
북한 영웅 그린 시대액션
못된 일본인에 통쾌한 복수
‘평양 날파람’은 일본 사람들이 북한의 영웅한테 실컷 두들겨 맞는 평범한 시대액션 영화로 아시아 영화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작품이다. 전 촬영감독 표광의 8번째 영화로 귀중한 한국의 예술서적을 손에 넣으려는 못된 일본 사람들의 흉계와 대결하는 애국적인 한국인 투사의 얘기가 70년대 홍콩에서 유행한 무술영화를 연상케 한다.
정택(리용훈)은 평양 날파람의 대가. 날파람은 옛 평양 주변의 대성산에서 스타일이 연마된 옛 택견무술의 한 형태다. 지금으로부터 근 1세기 전 일본이 한국을 점령했을 때. 정택이 무술을 연마한 뒤 고향에 돌아오면서 아버지가 정체불명의 여인 미에코(유혜경)에 의해 독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한국서 태어난 일본인인 미에코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택의 아버지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플롯이 복잡하게 엮어지면서 정택은 미에코를 자신의 어렸을 적 애인 소견(김혜경)으로 착각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싸움의 연속인 장르 영화로 서영철이 안무한 액션이 그런 대로 근사하다. 기술은 기본 수준급. 컬러. 107분.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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