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
미각(Taste)은 인간이 갖고 있는 다섯 가지 감각 중의 하나인데 주로 혀가 관장하고 있다. 미각을 결정하는 것은 선천적인 유전 요소나 후천적인 환경 요소 그리고 나이가 함께 작용한다.
혀에 있는 맛 봉오리(Taste Buds) 숫자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적 요소이며 이에 따라 어떤 맛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유전이 크게 작용한다.
오래된 이야기로 한번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전직)이 많은 기자들 앞에서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심정을 토로한 한 적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브로콜리를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합니다. 나는 이제 미국 대통령이란 말입니다.(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란 의미) 그러니 이제부터는 절대로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는데 부인 바버라 여사만은 미소를 띄웠다. 아마 어려서는 어머니가 이제는 부인이 브로콜리를 먹으라고 권한 듯 싶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마도 쓴맛을 담당하는 맛 봉오리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별로 느끼지 못하는 브로콜리의 쓴맛에 민감한 소위 Super-taster 였을 것이다.
맛에 대한 기호는 산모로부터 신생아로 옮아가기도 한다. 이런 연구가 있다. 46명의 임산부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첫 그룹은 임신 말기 3개월 동안 당근 주스를 마시게 했다. 나머지 그룹은 당근을 먹이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까 어머니가 당근 주스를 마신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어머니의 아기들보다 3배나 당근으로 만든 유아음식을 잘 먹었다.
소금에 대한 태도는 온도, 지역, 풍습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또 한가지 요소로 어머니가 임신 초기에 입덧을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여부에 따라 관련이 있다. 입덧이 심해 많이 토하고 그 결과 전해질 상실이 많았던 어머니들로부터 태어난 자식들은 소금기 있는 음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환경 역시 중요해서 처음에는 싫어하던 음식을 계속 먹다보니까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김치라면 코를 두 손으로 감싸고 멀리 피하던 서양사람들 중에 김치에 한 번 맛이 들자 김치 애호가가 되는 경우다. 또 원래 조미료를 음식에 많이 쓰지 않은 북도 출신의 남자가 남도 출신의 부인을 얻어 맵고 짠 음식을 몇 십 년 먹다보면 습관이 들어 설렁탕이나 곰탕에 소금이나 다대기를 듬뿍 듬뿍 집어넣고 시뻘건 김치 깍두기까지 얹어 먹는 경우를 본다.
찝찔한 캐비아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후천적으로 배운 습관이다. 워낙 비싼 안주다 보니 어쩌다 고급 사교장에서나 맛 볼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싫다가도 나중에는 그 맛을 탐하는 것이다.
우리가 배우기로는 기본 미각이란 단맛, 쓴맛, 신맛 그리고 짠맛,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학자들은 우마메(旨味)를 다섯 번 째의 기본 미각으로 꼽는다.
우마메란 1907년 일본인 학자 이케다 박사가 찾아낸 조미료로 바로 “아지노모도”를 말한다. 그 학명이 Monosodium Glutamate인고로 MSG라고도 부른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MSG 중독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보인 앨러지 때문에 미국에서는 꺼려하지만 유럽에서는 기본 미각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마메는 주로 일본 음식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근래에 혀에서 우마메 수용체가 발견되었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샨웨이(鮮味)라고 부른다.
예전 중국에서는 다섯 가지 기본 맛으로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그리고 우마메 대신 매운맛을 꼽았다.
그러나 매운맛이란 음식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이란 물질이 입 속에 있는 통증을 지각하는 신경 말단을 건드린 결과지 엄밀하게 말하면 맛이 아니다.
근래에 쥐 실험에서 지방질을 담당하는 수용체가 혀에서 발견되었다. 이 수용체가 있는 쥐는 없는 쥐에 비해 지방에 대한 기호가 뚜렷했다. 인간에게도 이 수용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앞으로 제6의 기본 미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