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fit of the doubt’이란 말을 미국에서는 자주 듣게 된다.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판단해 준다는 것이다. 즉 정황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믿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의심할 것 할 것인가는 상대방과의 신뢰관계가 관건일 것이다.
요즘 미국 언론에 한국에 대한 기사가 자주 언급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추천되었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지만 대개 북핵과 관련된 나쁜 뉴스로 인해 미국인들에게 비치는 한국인들의 인상도 덩달아 나빠 질 것 같다.
한국의 노대통령은 지난 7월초 북한 미사일 실험 발사와 관련하여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실험 발사를 했지만 그 미사일이 미국까지 가기에는 너무 초라한 것이고 한국을 향해 쏘기에는 너무 큰 것”이라면서 북한에 ‘benefit of the doubt’을 주었다. 북핵 실험 하루 전날까지도 “북핵 실험에 대해 아무런 징후도 발견 못 했다”라고 하였다.
그러다 막상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하자 열린 우리당의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목희 의원 등은 “북핵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는 북한이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미국이 제공한 것처럼 책임을 돌리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하여서도 한국의 좌파들은 처음에는 “잘 모른다”고 잡아떼었다. 그러다가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등의 극심한 인권유린 현상을 더 이상 부인만 할 수 없게 되자 “북한체제의 이탈자들인 탈북자들의 말만 듣고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한국의 좌파들은 왜 계속 북한에 ‘benefit of the doubt’을 주는가?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는 미국과 마찰을 빚는가? 좌파들이 북한에 유리하게 판단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궁극적 질문 즉 ‘그래서 전쟁하자는 건가?’와 ‘북한이 붕괴되면 해결책 있나?’에 함축되어있다.
좌파 논객 손호철 교수는 “북한은 아직도 한국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위협의 정체는 냉전세력이 우려하듯이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때 이른 북한 붕괴이다. 북한이 예기치 않게 붕괴할 경우 이후 사태를 수습해나갈 능력을 과연 우리는 갖고 있는 것인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그는 좌파들만이 그 해결책을 갖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실 냉전세력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흡수통일론자는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햇볕정책 등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북한을 연착륙 시키고 경제교류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 시장경제에 통합시키려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진정한 흡수통일론자들이다. 그리고 냉전세력은 먹지도 못할 고기를 탐만 내고 있는 과대망상증 환자에 다름 아니다.”
김대중 정권 5년간의 햇볕정책,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연이은 포용정책이 북한경제를 개선하고 있으며 북한사회를 개방으로 인도하고 있는가? 오히려 북한이 선군정치란 명목 하에 미사일과 핵을 개발함으로 인해 피폐된 경제가 파산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북한을 연착륙시켜 개방과 민주화를 유도한다는 좌파의 명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면 좌파들이야말로 과대망상증 환자들이다.
북핵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북한의 붕괴가 순식간에 다가 올 지도 모르게 되었다. 좌우의 이념을 떠나 한민족의 장래를 위해 북한의 붕괴에 대한 대비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이 이라크와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고 서방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한 후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120만 명의 리비아 학생들에게 염가의 휴대용 컴퓨터를 공급하기로 미국의 한 비영리기관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뉴스를 읽고 ‘북한의 학생들에게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 생각해본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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