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항상 과거의 시제로 미래를 이야기 해준다. “했었다”로 끝나는 역사의 줄거리를 자세히 살피면 현재가 처한 문제의 답변을 얻어낼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싸움의 원리는 같다. 한니발 전쟁에서 우리는 의외로 이라크전의 해답을 발견할수 있다.
한니발은 카르타고의 명문 집안인 바르카스 가문 출신이고 그의 아버지 하밀카르는 이스파니아주재 군총사령관이었다. 하밀카르는 카르타고가 지배하던 시실리를 로마에 빼앗기고 조공까지 바치게 된 신세를 항상 분하게 생각하면서 아들 한니발에게 “로마군과 싸워 카르타고의 옛 영광을 찾아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버지의 한을 풀고 굴욕적인 로마지배에서 벗어나려는 꿈이 한니발이 이탈리아로 쳐들어간 이유다.
한니발이 코끼리를 몰고 알프스를 넘은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목표가 로마인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엄청난 작전구도에 대해 알고있는 사람은 한니발 혼자 뿐이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한니발은 전쟁의 상대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인 것처럼 위장 했으며 알프스를 넘은 후에야 털어 놓았다. 왜냐하면 카르타고군은 용병(아프리카, 이스파니아, 그리스인등)으로 이루어져 미리 말하면 도망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고 로마에 비밀이 새는 날에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한니발군은 용병이고 로마군은 로마시민들로 구성된 점이 양쪽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로마군은 로마를 지키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우는 수 밖에 없었고 한니발군은 전리품 획득이 목표였다. 애국심이 결여된 군대였다.
한니발은 승승장구 하면서 로마근처까지 진격 했으나 마지막 순간 로마공격은 피했다. 로마와 동맹을 맺고있는 도시들을 격파하면 다른 도시들도 로마에 등을 돌려 고립된 로마는 저절로 항복하리라는 계산에서였다.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로마를 배반한 동맹도시는 타란토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었다.
로마진격을 한니발의 참모들은 왜 고집하지 못했을까. 한니발이 전투마다 승리했기 때문에 그의 위엄에 눌려 전략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입을 열지않아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금 이라크전에서 미군병사들은 자신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부시와 그의 참모들은 이라크 전쟁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에 대해서도 희미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명분없는 전쟁에서 장병들의 사기가 오를리 없다.
이라크 신정부의 군인은 미군의 용병처럼 싸우고 있으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월급이고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려는 자세가 아니다. 반면 저항세력은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살폭탄 공격을 쉬지않고 감행하고 있다. 미국민이나 미군 모두 이라크 전쟁에 지쳤다.
한니발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한니발의 위협을 통해 로마의 전쟁경력이 단련되어 후일로마제국을 이룩하는 힘을 키워 주어 오히려 카르타고가 재기불능이 된 사실이다. 한니발이 아니었더라면 로마제국의 지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도 중동의 반미세력에 본때를 보여주기위해 이라크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친미세력까지 반미로 돌게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꼴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저항세력은 반미투쟁을 통해 엄청난 게릴라전 경험과 전력을 쌓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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