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아주머니, 여기 XXX번 버스 서요?(아휴 시원해라, 한국말로 물을 수 있다니…), 아주머닌 어디 가세요?(아휴 고마워라, 어디 가는지 물어도 되는 우리의 정서…)어머! 남대문 시장요? 나두 가야 하는데… 뭐 사러 가세요?(정말 고마워라, 왜 가는지를 물어도 되는 우리의 정서…) 그분은 부시럭 부시럭, 갖고 있던 비닐 봉지를 열어 보이며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다가 교회에서 판다고 한다. 어머, 나도 그거 사야하는데… 제가 쫓아가면 안될까요?
한국에 도착해 하룻밤 자고 첫 날, 교보문고를 가려 나선 길에 만난 인연이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온 이가 내게 희한한 옷을 하나 선물했다. 뽀골뽀골 주름진 그 옷은 종이처럼 가벼운데다 마구 주먹으로 구겨도 다시 포르르 살아나고 빨아도 툭툭 털어서 널면 금방 마르는, 여행용상비옷으로 끝내주는 물건이었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기에 마침 한국에 나가게 될 길이 있을 때 사다주마 고 큰소리 쳤던, 바로 그 문제의 옷을 그 분이 보여주고 있었다. 나로선 흥정할 필요 없이도 무조건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일, 미로 같은 장바닥을 요리조리 쫓아 문제의 상가에 가 큰 숙제를 삼십분만에 해결하고 의기양양했다.
자랑스런 전리품처럼 펼쳐 보이는 내게 동서는 자신도 그런 데가 있는 줄 몰랐다고, 자기가 데리고 갔으면 두세 배는 더 값을 주었을 거라 한다. 말이 자유롭고 함께 하는 정서가 있으면 이런 일도 일어난다.
다가오는 주말은 다시 오픈 스튜디오를 하는 주말이다. 일년에 두 번 하는 건데도 할 때마다 힘들고 부담스럽다. 주변머리 없는 내가 만일 혼자서 전시회나 오픈 스튜디오를 하면 몇 사람이나 올까? 넉넉잡고 한 십 여명? 헌터스 포인트에서 작업하는 수 백 명의 화가들이 모두 함께 하기에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것을… 그래서, 바로 그것 때문에 평소 왕복 백 마일의 거리에서도 불평 없이 출퇴근을 했었다. 그렇다 해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일일이 웃음으로 대하고 갈수록 못해 가는 그 잘난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음식도 권하며 그림을 사게 하는 일은 언제나 버겁다. 그리는 과정은 자신만의 고통과 기쁨이지만 일단 마무리가 되고 나면 그림 역시 상품이라는 맘 아픈 현실…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만나서, 그리고 내 그림을 소장하게 되어 기쁘다는 콜렉터들만 만나게 되면야 얼마나 좋을까… 암튼, 다시 오픈 스튜디오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번은 왕창 좀 팔렸으면 좋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