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혁 중사가 아프가니스탄 파병 전 아들 제이슨과 딸 켈리를 함께 끌어안고 안고 찍은 사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마치 자신에게 닥쳐올 순간을 예상하고 있는 듯 하다. <유족 제공>
결혼 기념일 하루 전날 아프간서 전사 채규혁 중사
5살 아들·1살 딸 “우리 아빠는 멀리 훈련갔어요”
“눈 감을 때까지 아이들 걱정했을 것” 부인 울먹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차량폭발로 전사한 미 육군 특전사 공중 강습부대 소속 채규혁(34) 중사<본보 11월1일 2면 보도>의 부인 캐시(한국명 영희·34)씨의 목소리는 깊은 슬픔과 충격속에 가늘게 떨고 있었다.
1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 응한 부인 채씨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특전사의 고된 훈련을 거친 남자의 아내답게 굳센 모습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혼 6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 갑작스레 닥친 비보에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러지고 있는 ‘잊혀진 테러와의 전쟁’에서 숨진 채 중사는 아내와 아들 제이슨(5세), 딸 켈리(10개월)밖에 모르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다.
전사라는 청천벽력같은 비극이 발생하기 전날 밤 아프간에서 전화를 걸어온 채 중사가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의 주제는 아이들이었다. 골프, 하키, 태권도 연습에 열중인 아들 제이슨의 그날 하루 일과를 묻던 채 중사는 “오늘은 정말 더 잘했다”는 아내의 말에 천하를 얻은 사람같이 좋아했다고 한다.
“내가 낳은 자식, 저 혼자 서서 살아갈 때까지 애써 살리는 것이 아버지의 도리”라던 신념을 가졌던 남편이 눈을 감을 때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도 아들, 딸의 모습이었을 것이라던 아내 채씨는 목이 메어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했다.
채씨가 인터뷰 도중 잠시 말을 멈춘 사이 아빠가 또 다른 훈련에 간 것으로 알고 있는 아들 제이슨과 아직 걸음마도 배우지 못한 딸 켈리의 칭얼대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채씨는 “아이들이 조국을 위해 아빠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꼭 가르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7살 때 동부로 이민해 성장한 채 중사는 법대 졸업이 임박했던 지난 2001년1월 변호사의 길보다 그토록 원하던 군 생활을 선택했다.
그리고 고된 훈련을 마치고 명령 하달 18시간 내 세계 어느 곳이던 파병될 준비를 갖춘 82공수사단에서 근무하다 전설적인 육군특전사 요원으로 선발됐다.
아랍어가 특기였던 채 중사는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고, 지난달 28일 탈레반 저항이 심한 오루간 지역에서 작전 차량을 타고 가다 저항세력이 길거리에 숨겨둔 폭발물이 터지면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채 중사의 장례식은 8일 특전사 부대장으로 노스 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에서 열리고, 하관식은 13일 알링톤 국립묘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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