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은퇴한 한인 정치인 K씨가 캠페인을 할 때면 한인 기자들은 착잡했다. 1990년대 초반이니 한인이 선거에 출마한다면 커뮤니티 전체가 흥분을 할 때였다. K씨가 선거에 나간다고 하자 한인사회는 한인이 정계에 도전한다는 사실 하나로 뿌듯해서 너도나도 후원금 모금에 동참하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커뮤니티의 반응이 그러하니 한인 미디어로서는 그의 캠페인을 밀착 취재하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기자들이 K씨 캠페인 본부에 취재를 하러 갔다하면 반드시 불쾌한 경험을 하고 만다. 기자들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푸대접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유인 즉 코리안들이 너무 왔다갔다하면 지역구민들이 싫어해서 표가 깎인다는 것.
돈은 커뮤니티에서 걷어가면서 한인들과는 거리를 두는 이상한 현상이 후보와 한인사회 사이에서 일어났었다. 백인 유권자들이 소수민족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니까, 한인이라도 정치인이 되면 지역구민을 대표해야 하니까 … 한인들은 여러 이유를 들며 섭섭함을 삭이곤 했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후보들이 당당하게 코리안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남가주에서 캠페인을 한 미셸 스틸 박(조세형평국 3지구)씨, 강석희(어바인 시의원)씨 모두가 한인커뮤니티를 든든한 빽이라며 고마워한다.
“코리안이라는 배경을 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국사람들은 ‘이탈리안 혹은 아이리시 이민 몇 세’라고 까지 밝히며 자기 뿌리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요. 1세인 내가 한인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뭘 내세울 수 있겠어요?”<미셸 박>
“어바인의 아시안 인구는 36.7%입니다. 주류사회도 아시안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지요. 이제는 내가 아시안이다, 코리안이다 하고 당당하게 내세우며 자부심을 갖고 선거운동을 할만합니다”<강석희>
이런 변화의 배경은 우선 한인사회의 높아진 위상. 그리고 탄탄해진 한인 경제력과 선거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 변화이다. 강석희 어바인 부시장은 가가호호 방문 중 만난 한 한인 부인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부재자 투표 용지를 보낼 때인데 그 부인은 아직 안 보냈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이 척추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남편 서명까지 받아서 같이 부치렵니다. 한 표라도 도와야지요”
아울러 한인 커뮤니티는 후보들에게 가장 든든한 돈줄. 강 부시장은 “선거자금의 절반 이상은 커뮤니티의 후원”이라고 밝힌다. 미셸 박씨 역시 “부탁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 없느냐’며 후원하고, 얼마가 필요하다면 두말 없이 지원해주는 건 한인사회”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강씨는 앞으로 한인의 정계 진출 자격으로 한인사회에서 적어도 5년쯤은 봉사할 것을 꼽는다. 커뮤니티를 속속들이 알고, 커뮤니티와 네트웍을 형성하며, 커뮤니티의 검증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키울만한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전폭 지지해주는 전통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인후보들에게 커뮤니티는 가장 든든한 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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