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한국 영화 화제작 가운데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김형구 촬영감독이 자신의 영상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괴물’‘해변의 여인’‘살인의 추억’‘역도산’
‘봄날은 간다’‘무사’‘박하사탕’의 공통점은
촬영감독 : 김형구
‘해변의 여인’‘봄날은 간다’‘박하사탕’‘괴물’ ‘비트’‘무사’‘살인의 추억’‘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도산’…. 대충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도 끝이 없다.
김형구 촬영감독이 영상을 책임졌던 작품들이다. 그래서 ‘최근 10년간 한국 영화 화제작 가운데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이 정도면 필모그래피가 가장 화려한 영화인이 아닐까.
김형구는 영화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촬영감독이다. 지난 3일 베벌리힐스 르 메리디안 호텔에서 김형구 감독을 만났다. 최근 막을 내린 AFI 영화제에 초청 받아 LA를 찾은 것이다. AFI 유학 이후 거의 15년 만이라고 한다.
“한편의 영화는 전적으로 감독의 작품이에요. 영상 미학에만 매달리면 작품이 죽어요. 촬영이 빛나서는 안 되죠.”
그의 촬영 철학이 이어졌다.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감독이 누구인지 우선 봅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감독과 작업해요. 작품을 고르고 나면 감독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감독이 원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그가 올해 작업한 작품은 ‘괴물’ 과 ‘해변의 여인’ 등. 두 작품 모두에 그의 촬영 감독으로서의 진가가 드러난다. “괴물은 영화 시작 후 15분 뒤 처음 등장합니다. 괴물이 등장하기 전에는 한강의 아름다운 부분을 강조했어요. 괴물이 등장하고 가족들이 괴물과 사투를 벌일 때는 일부러 색상을 줄이고 어둡게 갔지요. 안개 낀 듯한 화면과 비가 오는 장면은 말세의 종말적인 느낌을 주려는 노력입니다.” 괴물의 성공 뒤에는 영상에 대한 김 감독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밑받침 된 것이다.
김 감독은 괴물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괴물은 개인적으로도, 한국 영화사적으로도 최초예요. 괴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요. 영화에서 괴물이 한강변을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촬영 때는 괴물이 없었죠. 있는 것처럼 하고 찍은 거에요. 촬영한 뒤에 컴퓨터 작업으로 합성했지요.”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는 색다른 영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 ‘롱 테이트’라고 해서 화면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이에요. 연기자의 표정이 변하는 것과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줌 기법을 사용했어요.”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의 촬영 수준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국 영화 스태프들의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그래서 할리웃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는 스태프들도 있어요.” 짧은 인터뷰를 마친 김 감독은 자신이 공부했던 AFI 초청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갔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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