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가 30년간 시어머니께 색떡 만드는 것을 전수 받은 최금손씨. 연말을 맞아 교인들과 함께 전통 색떡의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일주일간 꼬박 작업해 교회 단상에 장식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해지는 색떡은 그 고운 색감과 앙증맞은 모양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사라져 가는 ‘옛 멋’
한인이 맥 이었으면
“잊혀져 가는 옛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한인사회에도 알리고 싶어요.”
지난 19일 부에나팍 감사한인교회(담임 김영길 목사) 단상에는 평소와는 다른 꽃 장식이 교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뜻 조화를 갖다 놓은 건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면 좀 무언가 달라도 한참 달라 보인다. 생 가지나무에 색색의 떡으로 만든 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그 고운 색과 단아한 자태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 특별한 꽃장식을 만든 주인공은 최금손(55)씨. 현재 풀러튼에서 ‘오렌지 케이터링’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원래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전통음식 전수자였다. 특히 색떡이라 해 전통 혼례 꽃장식에 관해선 독보적인 장인이다.
“남양 홍씨 문중에 시집와 30년간을 시어머니께 색떡을 만들고 장식하는 법을 배웠죠. 요리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색떡을 만들어내는 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순전히 손으로 만들고 알음알음 색상에 대한 감각을 익혀 가는 것이죠. 예전 혼례 때 사대부가에선 없어선 안될 장식품 1호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잊혀져 가 요즘은 색떡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예요”
색떡은 장식적 효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도 크다. 싸리가지에 매다는 색떡은 한 10여 가지에 이른다.
주된 장식으론 불로초, 원앙, 나비, 꽃 등인데 이는 신랑 신부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다. 또 버선, 안경집, 은장도 등 신부가 시집갈 때 지참해 가는 소소한 소품들도 함께 매단다. 그리고 색색의 고추를 달아 아들과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색떡은 이처럼 보기에는 참 예쁘지만 이미 짐작했듯이 품이 보통 드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교회 단상에 오른 화분 한 개에 담긴 색떡은 자그마치 500개. 최씨와 같은 교회 교인 2명이 꼬박 일주일에 걸쳐 만든 ‘작품’들이다.
“색떡은 반죽 과정에서부터 일일이 식용색소를 타고, 반죽을 찌는 과정도 2차례에 걸쳐 해야 하는 데다 말리는 과정이 이틀, 다 만들고도 일일이 철사를 이용해 나뭇가지에 매달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손이 가는 작업이 아니라서 시간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교인들에게나마 알리고 싶어 고단한 줄도 모르고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색떡의 유효기간은 반년 이상. 아예 만들 때부터 먹는 목적이 아닌 장식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갈라지지 않게 오래 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나뭇가지에 매다는 떡 외에 쌀은 채운 놋그릇 위에 색떡을 수북히 담아 잔치에 온 손님들을 대접하기도 했다니 색떡의 인심은 넉넉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에서조차 이 색떡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요. 아예 이런 것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죠. 그래서 좀 많이 색떡을 알리고 싶어요. 여력이 된다면 강좌를 열고 싶기도 하고요. 어떤 형태로든 맥이 끊어지지 않았음 하는 것이 제 가장 큰 바램입니다.”
사라져 가는 옛 전통을 복원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명절이나 좋은 날 이렇게 예쁜 색떡 나무 한 그루 집안에 들여놔도 참 행복할 듯 싶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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