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덩이 여우같은 중생심 씻어내고
맑고 밝고 바른 불변 불심 키워가길”
좁은 법당은 바싹 좁혀 앉아도 금세 꽉 찼다. 부엌으로 이어지는 마루 겸 거실도 거의 찼다. 별수없이 서넛은 맞은편 승방과 해우소 사이 좁은 복도까지 밀려났다.
…가는 곳마다 오는 곳마다 머무는 곳마다 태평가를 부를 수 있다. 이 말을 여러분은 아시겠습니까. 만약에 알았다고 한다면 야호정(여우의 정, 즉 여우 같은 마음)을 면치 못한다, 여우란 뭐이겠습니까.
26일(일) 오전 11시 샌리앤드로 전등사(주지 보광 스님). ‘해답’이 궁금해 이 절은 물론 다른 절 불자들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약 70명에게 한암 대원 대선사(오른쪽 사진)는 해답 대신 ‘질문’부터 쏟아냈다. 안그래도 굵은 스님의 음성은 마이크를 타고 더욱 쩌렁쩌렁
쏟아졌다. 겨울이 맞나 싶게 여러날 뜸했던 비마저 모처럼 정색하고 쏟아졌다.
여우라는 짐승은 도망을 갈 때도 곧장 도망을 가지 않습니다. 뒤를 흘금흘금 돌아본다 이 말이야. 왜 돌아보는지 아십니까.
죽비를 곧추 세워든 스님은 엷은 미소로 좌중을 둘러보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해답으로 짓쳐들어갔다.
의심점이 많아서 그럽니다. 지구의 모든 짐승이 여우의 정을 가지고 삽니다. 그게 중생의 의식(衆生心)을 말합니다. (의심이 많으니) 확실하게 믿고 살 수 있는, 마음 두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이 땅에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중생심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증거하는 상담사례들이 이어졌다. 꽤 높은 공무원으로 온전히 가정적(이라고 믿은) 남편을 둬 스님 앞에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자랑섞인 장담까지 했던 어느 여인이, 나중에야 남편의 기나긴 바람행각을 알게 됐을 때, 그리고 한번 믿음이 흔들리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을 수도 못들은 척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느끼는 절망감 배신감을 차근차근 설명한 스님은 해답의 진짜 정수리인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중생심을 버리고 불심을 찾아내서 드러내고 불심으로 살아가야 되는 겁니다. 명예도 권력도 부귀라는, 돈 벌려는 욕심도 다 놓아버리고, 다시 눈을 뜨고 나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가장 멋지고 행복한 길로 가는 겁니다. 그것이 불심입니다. 불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두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다. “
한편 전등사측은 1시간에 걸친 한암 대선사 친견법회 뒤 신도회 이지광 회장, 임지수 부회장, 유철호 총무, 연성진 재무 등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증정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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