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문 자
노인들의 힘없는 뒷모습을 보는 것은 쓸쓸하다. 보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 공원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노인들은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서러워하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되는 것은 아마도 젊은이들의 느낌과 생각일 것이다. 남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오해일 뿐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그 나이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때의 느낌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어야만 엄마의 생각을, 아빠가 되어야만 아빠의 생각을 알게 되듯이,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경험하여야만 그러한 형편에 대하여도 이해하게된다. 그래서 노인의 생각은 노인이 된 다음이라야 이해하게 된다. 노인들은 정말 인생은 재미없는, 이제는 다 끝나버린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그럴까. 그런데 노인이 되면 건강에도, 운동에도, 더욱 정진하면서 오래 살 수 있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그것은 말과는 다르게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래 살고 싶어하는 소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점점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있으며, 인류가 이제까지 겪지 못하였던 여러 가지의 편리함이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살맛 나는 이 세상에 애착이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옛날의 불편함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세상은 더욱 편리해진다. 그렇다할지라도 한 가정을 이끌고 가는 사람들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편리함을 자식들에게 누리게 하려면 부모는 더욱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가족부양에 대한 의무도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지금은 부모나 자식의 직책을 다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노릇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일까. 젊은이들은 가정을 가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다. 부모와 함께 사는 나이든 자녀들의 수는 자꾸만 늘어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성찰이며, 자기완성인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행복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나 보다.
노인들은 이제 모든 책임을 끝내고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점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아무 책임이 없던 결혼전의 자유로움에 가까운 홀가분함일 것이다. 그래서 아들보다 손자가 더 귀엽다고 말하는 것일까. 책임과 의무는 없고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한 인간관계란 얼마나 흐뭇한 것인가. 그러한 굴레에서 벗어난 노인들의 자유는 누릴 만한 즐거움일 것이다. 다만 그것이 건강과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사람의 행복이란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지수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형편인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하면, ‘왜 저렇게 살고 있을까’ 생각되는 사람이 멀쩡하게 행복하여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누가 감히 다른 사람의 느낌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책임을 느끼고 성취감에 충만한 사람도, 칠전팔기하여 마침내 행복한 사람도, 또 자기의 임무를 잘 수행하였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즐기면서 세월을 보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폐만 끼치면서도 막상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또한 있다. 그 마음 속에 아무런 미안함과 가책도 없이 마음이 태평하기만 한 사람도 있는 것을 본다.
어떠한 삶을 살았든지, 인생의 소용돌이를 지난 후 여유와 한가로움의 즐거움을 누리는 그것도 행복의 한가닥 여운이라고, 황혼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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