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한인 교회의 법정싸움이 유난히 많았다. 한가닥했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회 공동체 성격까지 띠고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웬만해선 고개 숙이려 하질 않는데 성도간 합의가 쉬울 리가 있겠는가. 10여년전 “싫으면 떠난다”에서 요즘은 “재판가서 가리자”로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사회법정으로 말이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교회 재판을 맡으면 “복권 당첨됐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모 변호사는 “끝도 없는 교회 싸움에 끼어들면 돈은 벌겠지만 시험에 들까 걱정이 되어 케이스를 맡지 않았는데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며 교회 싸움을 꼬집었다.
사회법정서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지면 법정 및 변호 비용으로 100만 달러는 족히 든다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니 ‘복권’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교회가 싫으면 떠나면 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교회 재산이 하나도 없어 싸워봐야 얻을 것도 없고 돈만 날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를까, 재산이라도 있다 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성도들의 헌금을 증권에 투자하며 재산을 늘리는 교회도 있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고, 건물 소유권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고 만다. 건물을 차지하면 꼴보기 싫은 반대파를 몰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인교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유권이 담임 목사에게 있는 곳이 의외로 많다. 담임목사가 의지만 굳힌다면 신도들의 동의 없이도 건물을 팔거나 제3자에게 양도 또는 신탁해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교회 재정에 관여하는 한 공인회계사는 “많은 교회가 주식회사처럼 되어 있다. 보드 멤버가 담임목사, 재정담당자, 또다른 한명으로 짜여있으니 주식회사로 봐야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일부 교인들이 전임목사를 상대로 법원에 건물 매각 중지 가처분신청(TRO)을 냈던 청운교회가 좋은 예이다. 전임 목사는 자신과 재정담당자(장로), 그리고 자신의 아들 등 3명을 보드멤버로 삼아 각자의 서명을 받아 건물 매각에 나섰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교인들이 LA카운티 민사법원에 TRO를 신청했고 법원은 교인들의 동의절차를 받았다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며 매각에 제동을 걸었었다.
결국 전임 목사는 건물을 팔지 않겠다는 공증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매각 문제는 없었던 것이 되어 버렸다. 법원은 예상과는 달리 교회 재산권 행사는 목사 마음대로 못하며 교인 동의를 거쳐야 함을 간접적으로 판시해 준 것이다.
5년전 한국의 한 일간지에 게재된 대학교수의 기고문 중에 ‘영혼 주식회사’라는 말이 있었다. 한국의 사찰이나 교회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영혼을 담보로 주식회사처럼 변해가고 있다며 비꼰 말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 종교 단체들이 가진 자의 것을 지켜주고 보존하며 그 대가를 받아 챙긴다며 일침까지 놓았다.
그는 끝머리를 이렇게 맺었다. “예수와 부처는 그곳에 없다. 예수와 부처는 울면서 거리를 헤매고 있다.” 신앙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이곳 한인사회와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말이겠지만 대형 교회들의 1년 예산이 1,000만 달러 시대를 돌파한 요즘, 우리가 되새겨 볼만한 대목이다.
2007년 소망이 있다면, 하나님 말씀 전파를 위해, 중생 계도를 위해 재산과 영예를 모두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가 고행을 자처했던 예수와 부처의 모습을 이곳, 미국의 한인사회 곳곳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어두컴컴한 법정에서가 아니라...
김정섭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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