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정해년. 한국인들은 ‘간밤에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습관’이 말해 주듯이 동해 바다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황금돼지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것이다.
올해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해이기도 하여 이곳 미주 한인들 역시 여의도 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라크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선출될 것인가에 흥미가 높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경우 대통령 당선과는 별개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건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100년을 약속한 정당이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리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여의도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가를 두고 괴담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사임설이 2007년 대선 괴담 시리즈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인 즉, 이른바 친노파 의원들이 대통령의 중도사퇴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에 의한 유력후보 암살설과 남북 정상회담 전격 수용설’ 등에 의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괴담이다.
그런가 하면 ‘별들 달고 거들먹거렸다’고 비난을 받은 전직 군 장성들의 ‘반발’을 보면서 군사적 반기와 관련된 괴담도 곧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1970~80년대 12.12사건과 5.18 광주사태의 참혹함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소름이 끼치는 괴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최신의 악성 대선 괴담은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북한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높은 인기로 출범한 일본의 아베 정권이 각료들의 각종 스캔들로 인해 도덕성과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강경입장을 고수하여 일본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던 아베 정권은 지금 북한 핵 6자 회담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독도 주변의 EEZ 수역에 일본 해저탐사선을 다시 보내 독도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동안 북한 군부의 강경세력이 일본 해저탐사선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버려 대선 판도를 뒤집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러한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일까? 이러한 괴담도 민심의 일부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괴담은 보편적 민심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유언비어는 사회 발전의 암적인 존재로 근절되어야 하며, 국민은 민주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대선 괴담에 현혹되어서는 곤란하다. 암살설의 경우 철저한 경호경비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인사권 문제만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운명이 특정인의 행위에 의해 급격히 바뀔 정도로 나약하지도 않다.
더욱이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 무드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국, 2007년 대선 괴담 시리즈는 어느 집단이 정권을 잡기 위한 정략적 차원에서 생산 가공 되어 유포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개연성이 0%라고 한다면 유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독도 괴담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 제2의 임진왜란과 6.25전쟁 및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고작 5년짜리 권좌에 앉기 위해 7,000만 한국인의 고귀한 생명까지도 담보로 삼아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독도가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더 이상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홍배> 한국해양대 국제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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