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아내의 독창이 이어진다. 매일 레퍼토리가 바뀌는 가곡의 아침이다. 이 노랫소리는 나를 깨우는 기상나팔과도 같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 거울 앞에 서면 의식적으로 웃는 연습부터 해 본다. 하루에도 수백명씩 대하는 손님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웃는지 우는지 영 분간이 안 간다. 입도 웃고 눈도 웃어야 하는데 눈에 포인트가 없다.
오만상을 찡그리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는 황금의 아침 시간을 거울 앞에서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더 하냐고 일침을 놓는다.
아내는 평생 티켓 한 번 받지 않은 운전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일터로 나갈 때는 모범 운전사를 제치고 내가 운전대를 잡는다. 가는 동안 아내는 조수석에서 음악도 틀어주고 찬송가도 들려준다. 간혹 신문 기사도 읽어준다.
어쩌다가 내가 졸음이 오는 것처럼 보이면 어느새 과일이나 사탕이 내 입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과속으로 질주하면 귀에 익은 찬송가가 어김없이 들려온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나는 기가 질려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자칫 험하게 차를 몰면 “찻잔이 흔들리지 않게 귀빈을 모시세요” 하고 웃는다. “뭐? 귀빈, 귀빈은 귀찮은 빈대 아닌가” 하고 대꾸하는 나는 아내의 잔소리 앞에서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내가 운전하는 동안 아내는 수많은 동요와 대중가요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게 허공에 흘려보낸다. 참 놀랍다. 어떻게 그 많은 가사를 다 기억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움직이는 노래방을 끼고 산다. 노래 장단을 맞추다가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하기를 9년째 하고 있다.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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