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5일자 ‘비’지에 실린 잭 스튜어트의 특별기고 ‘학생들에게 실제사회에서 필요한 직업교육을 시켜야 한다’라는 기사를 읽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분명한 ‘예스’이다. 4년제 대학에 가지 않고도 당당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 기사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매년 9월 신학기가 되면 12학년 학생, 학부모, 교사, 카운슬러들을 중심으로 될 수 있으면 많은 학생들을 4년제 일류 대학에 보내려는 ‘운동’이 적극적으로 벌어진다. 이같은 명문대 입학 열풍 속에서 까딱하면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 관심 밖으로 놓여진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공립학교의 교육 목표가 대학입학 위주로 시행되는 현행 시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통계를 이용해서 지적하고 있다.
첫째, 캘리포니아주 내에 있는 고등학교 재학생 중에서 30%가 졸업을 못하거나 안 한다는 통계이다. 성적이 모자라서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고등학교 교육이 자신이 계획하는 장래 목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두번째 통계로는 전체 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 단지 25%만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네명 중 한명을 위한 진학지도에 쏟는 정성에 못지않게, 나머지 세명을 위해서 이들의 장래계획에 대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번째로는 캘리포니아에서 2014년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 10개 가운데 8개가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통계이다.
대학 졸업장 대신 철저한 현장실습과 우수한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중산층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리어 계획 전문가인 마이클 파알과 통계학자인 로렌스 셰이킨이 공저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300가지의 좋은 직업’이라는 책에는 제목 그대로 학사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의료계, 구매, 판매업, 항공운수업, 소방, 도시행정, 건축, 플러밍, 제조업 등에서 자격을 갖춘 기술자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도는 것이 현재 캘리포니아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 다니는 연령의 젊은이들 모두가 대학 교육을 받아서 전문직이나 대기업 간부가 되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대신 각 젊은이들의 취미와 재능을 개발시켜서 사회가 요구하는 우수한 직업인으로 길러내는 것이 공립학교 교육의 본래 목적이며 현실적으로도 실천 가능한 교육 목표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대학에 가야 한다’라는 요즈음의 주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교육관이다. 까딱 잘못하다간 ‘엘리티스트’나 ‘인종주의자’라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제안일 수 있다.
물론 일생을 통해서 대학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받는 수입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 단순히 수입면에서만 아니고 사회적인 대우면에서도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 없이도 타고난 개인의 재능을 발휘해서 안정된 생활을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사회에 유용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여러 커리어 연구자들의 주장을 한번쯤 유심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특정 인종이나 특정 계층에만 적용되는 제안이 아니라는 것 역시 말할 필요도 없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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