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행 비슷하게 자주 열렸던 모임이 있었다. ‘간담회’란 이름의 모임이다.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여권의 실세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서 오면 열리는 모임이다.
의견을 수렴해 한국 정부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그런데 그게 천편일률적이기 십상이었다. 으레 높으신 분의 일장 훈시가 있다. 그리고는 참석자들은 저마다 입을 맞추어 찬양일색의 한 말씀을 올린다. 이러다보니 여론수렴 같은 건 생략되기 일쑤였다.
간담회는 그 연원이 꽤 깊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있어온 일로, 그 후 문민시대 10년이 넘도록 그 전통은 이어져 왔으니.
그 에피소드의 하나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이휘호 여사의 LA 교민 간담회다.한마디로 인산인해였다. DJ가 야당 투사이던 시절, 그러니까 군사정권 시대에는 근처에 얼씬도 않던 사람들까지 몰려든 것.
그 자리에서 한 인사가 기회를 틈타‘한 말씀’을 올렸다.‘김대중 대통령이 써주신 휘호를 가훈으로 삼고, 이휘호 여사의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겠다’고 했던가.
간담회란 모임을 통해 이런 저런 모양의 숱한‘올리는 말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 날의 발언은 절묘하다는 점에서 단연 가작으로 꼽히는 말씀이었다.
옛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요즘의 트렌드는 ‘노사모’‘박사모’하는 식의‘아무 아무개를 사랑하는 모임’이다.
한국의 정치판이 난리법석이다. 집권당이 해체될 기미다. 그 가운데 자천타천의 대권주자들이 꿈틀댄다. 시즌이 된 것이다. 그러면 LA 한인사회에 반드시 생기는 게 이런 모임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노사모’가 한동안 떴다.‘박근혜’를 사랑한다는‘박사모’가 반짝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이명박을 사랑하는 모임’이 벌써부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뭐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세를 따라 이합집산이 무상한 게 정치다. 게다가 해외의 한인이라고 한국 내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문제는 너도 나도 이런 단체를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벌써 몇 개라고 하더라. 그 와중에 명칭만 다를 뿐 또 다른 인사들로 구성된 ‘명박을 사랑하는 모임’이 생긴다니 하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격(格)이라는 게 있다. 모양새라는 게 있다. 그 격이, 모양새가 잘못될 때 본래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온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사랑하는 모임’도 그런 게 아닐까. 처음에는 사랑을 얘기한다고 했다. 그런데 격을 잃고 떠들다보니 이상해진다. 본능만 자극하는 패설이 되는 것이다.
대선시즌이다. 이 풍운의 계절을 만나 누구를 지지하던 그건 자유다. 그렇지만 액션에 앞서 한 가지만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LA 한인들의 체면이다.‘제발’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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