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상태를 뜻하는 야단법석의‘원조’는 석가였다. 야단(野壇)은 야외에 세운 단(壇), 법석(法席)은 불법(佛法)을 펴는 자리. 법당 대신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의 말씀을 듣는 야외집회를 말한다.
기독교에 산상수훈이 있다면 불교에는 야단법석이 있었다. 부처의 설법을 들으려는 무리가 너무 많아 법당에 수용할 수가 없게 되자 야외에 종종 자리를 마련한 모양이었다. 부처가 반야심경을 설법할 때는 20만명, 법화경을 설법할 때는 300만명이 모였다는 설이 있다.
그렇게 전해지는 숫자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러니 얼마나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웠겠는가. 말의 본래 의미는 퇴색하고 그 시끌벅적하던 상태만 뜻으로 남은 말이 야단법석이다.
한국 정가가 야단법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제안하겠다고 발표한 후 여권 야권 할 것 없이 정계가 시끌벅적하다.
사실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자주 거론되었던 이슈이다. 독재의 가능성이 싹트지 못하도록 단임제로 쐐기 박아놓은 단임제를 이제는 풀 때도 되었다는 여론이 무르익고 있다.
4년 연임제가 되면 첫 4년 후 재선이 중간 평가의 성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능력 없는 대통령은 퇴출시키고, 능력 있는 대통령은 8년을 통치,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국가적 전략과제를 수행하는 이점이 있다.
‘4년 연임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도 시끌시끌한 것은 “왜 하필 이때이냐?”라는 시기의 문제이다. ‘이때’는 보는 그룹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된다.
첫째, 국민들이 보기에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이때’를 말한다. 민생문제, 북핵 문제 등 임기 마치기 전에 전념해야할 현안들이 산적한 데 왜 하필 이때 ‘개헌’이냐는 비판이다. 국민들 잘 살게 하기 보다는 정치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이다.
둘째, 여당이 보기에 ‘이때’란 신당 창당해서 전당대회 하려던 ‘이때’이다. 열린우리당은 지금 신당 만드는 문제, 당의 노선 문제로 사분오열된 상태. ‘개헌 정국’을 띄움으로써 노대통령이 친노, 반노를 넘어선 범여권 재정비에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셋째, 야당이 보기에 ‘이때’란 국민들의 지지가 야당으로 완전히 쏠린 ‘이때’이다. 지지율 10%의 레임덕 대통령이 정국을 뒤흔들어 대선 정치의 중심에 서려는 목적으로 개헌안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이다.
지난 연말 노대통령은 여러 기회에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앞으로 어떤 시끄러운 일들이 터질 지 한국에는 이런저런 ‘괴담’이 많은 가보다. 이러다가는 한국 정국이‘야단법석’을 넘어서‘아수라장’이 될까봐 걱정이다.
아수라(阿修羅)는 수미산 아래 바다 밑에 산다는 거대한 악신. 아수라장은 본래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의 전쟁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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