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얼굴의 달마가 빙그레 웃습니다 허허.
오늘은 캄캄한 밤에 이렇게 놀러 오시다니요
그가 내린 웃음이, 길가 삼나무 가지에 걸려
펄럭펄럭 가오리연처럼 웃습니다
그가 내린 웃음이, 실실실 뱀이되고 카멜레온이 되고
악어가 되어 부들부들 길바닥을 미끄러져 나갑니다
그가 내린 웃음이, 한 일(一)자 깊은 골목의 입 언저리
주~욱 찢어놓으니 골목이 껄껄껄 웃습니다
그가 내린 웃음이, 내 오장육부를 간질이는지
석류알 함빡 터져나와 타당타당 어둠을 깨뜨립니다
마침내 저 공중의 달마, 웃음 경 하나 끌러놓자
오랜 침묵을 툭, 깨친 지붕들 모두 파안대소 합니다 허허.
신지혜(1960~)‘달마가 웃음을 내려놓다’전문
보름달을 통해 달마의 얼굴을 문득 보았을 것이다. 빙그레 미소를 짓던 달마. 그의 웃음이 지상에 전이되는 과정이 사뭇 감각적이다. 파충류가 되어 부들부들 길바닥을 미끄러져 나가는가 하면, 골목의 입 언저리를 주~욱 찢어놓기도 하니.‘함빡 터져나와 타당타당’ 어둠을 깨뜨리는 웃음소리가 얼마나 유쾌한가. 석류알처럼 싱싱하기까지 한, 읽기만 해도 마냥 즐거워지는‘웃음 경’임에 틀림없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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