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가족이 함께 ‘행복의 추구(The Pursuit of Happiness)’란 영화를 보러 갔다. 돈 못 버는 남편을 아내가 버리고 떠나간 후 주인공은 다섯 살짜리 아들을 이끌고 아파트에서 쫓겨나서 공중변소에서 밤을 지새는 눈물겨운 삶 중에서도 끈질기게 행복을 추구한 끝에 주식 브로커로 성공하는 환희에 찬 결말을 보는 영화이다. 부자간의 애정과 애써 찾는 행복의 뜻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
옛날부터 행복은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해왔다. 행복은 물리적이거나 신체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과 정서, 상관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여건의 복합적 결과이므로 어느 누구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물질문명이 발달되어있고 전보다 눈에 뜨이게 잘 사는 오늘날이지만 과연 우리는 더욱 행복한가? 지난 50년간의 통계로 보면 행복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도리어 과반수가 행복하지 못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전되면서 일상생활의 사치품이 각개인의 필수품으로 되었고 으레 마땅히 가져야 할 물질문명의 산물로 되어가고 있다. 내가 잘 사는 것이 행복의 요건이 아니고 남보다도 더 잘 살아야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안감과 불행을 가져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행복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여건으로 일곱 가지가 꼽힌다. 그 중 제일 으뜸가는 것이 가족 간의 관계이다. 가정이 행복하지 않고서 개인의 행복이 지속될 수가 없다. 이혼, 별거, 가족분쟁이 자꾸 많아지는 사회여건 속에서 행복한 사람의 수가 늘어날 리가 없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여건이다. 조사보고에 의하면 가족수입이 8만달러에 이르기까지는 행복도가 계속 증진되지만 8만 달러가 넘은 후부터는 수입 증가분만큼 행복이 계속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다. 여기에서 돈으로 행복을 살수 없다는 이론이 나온 것이다.
셋째로 중요한 요건은 직장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이다. 실업자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일자리가 행복의 요건이란 것이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장래에 대한 꿈과 삶의 목적이다. 시골에서 서울로 와서 겪는 고생이나 미국 이민 와서 겪는 고생 등 어려움 속에서도 목적이 있는 삶 속에는 항상 행복과 기쁨이 있기 마련이다.
다섯째는 공동사회의 받침이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 상부상조하는 지역사회가 행복의 기초가 됨은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여섯째로 건강해야 한다. 장애인에게도 똑같은 행복을 찾아볼 수 있고 병중에도 행복의 순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속적인 행복은 결국 매일 매일의 건강 속에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의 조건은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의탁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적인 안식과 평강이다. 이런 안식은 영속적인 행복을 찾는 길은 우리의 힘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있다.
긍정적 심리학에서는 행복은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일이라 해서 장기적인 행복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긍정적인 정서와 행복한 삶이 사람들의 수명을 10년이나 더 연장한다는 조사 보고가 나오면서 사회적으로나 국가정책 면에서도 중요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각 개인의 행복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행복은 중요한 비중을 가지게 된다. 먼저 행복한 가정이 되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되고 나아가서는 행복한 직장과 지역사회 그리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 마련이다. 이제 밥 먹고 옷 입고 사는 일에 매여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룩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결정과 방침이 행복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다.
<권영조> 암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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