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우리 신문 오피니언 고정란에 새 필자를 등장시켰을 때였다. 30대 여성인데 글 솜씨가 깔끔해서 고정 필진에 합류시키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는 첫 글이 나가자마자 ‘죄송하다’며 신문에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악플(악성 댓글) 때문이었다.
그가 쓴 글에 별다르게 논란이 될 만한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성공한 어느 식당에 가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며 비즈니스의 성공 비결은 역시 고객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친절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그 평범한 내용을 보면서 몇몇 독자들은 느닷없이 화살을 그가 일하는 기업에 돌린 것이었다. 말하자면 ‘너나 잘해’식으로 비난을 하니 글을 쓴 그로서는 “본의 아니게 회사에 누를 끼쳤다”며 미안해했다.
한국에서 악플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다. 악플의 폐해가 지적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이제는 도가 지나쳐 ‘사람 잡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인기 연예인 유니의 자살이 악플 때문이었다는 진단이 나온 때문이다. 평소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가 인터넷에 오른 악플들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자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자살 보도가 나가자 ‘잘 죽었다’는 악플이 또 줄줄이 붙었다니 인터넷 세계의 인격파탄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인간의 이중성을 잘 드러낸 소설로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꼽힌다. 인간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어떻게 한 인간 안에 공존할 수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에서 평소 인격자인 지킬 박사가 약물의 도움으로 하이드가 되고 나면 지킬박사로서는 결코 할수 없는 반사회적 행동을 하며 기쁨에 도취한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하이드’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의 신문기사나 칼럼을 보다 보면 댓글의 저질성이나 폭력성이 제3자가 봐도 질릴 지경이다. 인터넷에서 욕설, 비방, 인신공격을 마구 쏟아내는 어떤 사람도 평소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일상생활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에게 그런 언어폭력을 행사하다가는 어떤 집단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킬박사’가 인터넷 세계로만 들어가면 ‘하이드’로 변신하는 원인은 물론 익명성 때문이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를 모른다’는 얄팍한 사실에 의지해서 극심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들은 대개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극렬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평소 사람들과 만나서는 말도 똑바로 못하는 유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속에 쌓였던 욕구불만, 세상에 대한 분노, 스트레스 등을 쏟아내는 감정의 배설구로 댓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미주 한인사회에도 악플 공해는 있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 상 악플을 규제하기는 어렵다. 선진 시민들은 옆에서 누가 지키지 않아도 신호를 지키고, 길에 침을 뱉지 않듯, 네티즌의 민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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