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2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펜실베니아 펑크스토니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쥐처럼 생긴 그라운드혹이 자기 그림자를 볼 수 있는지 구경하기 위해서다. 전설에 따르면 동지와 춘분 딱 중간에 놓인 이날 그라운드혹이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간 더 계속되고 그림자를 보지 못하면 바로 봄이 일찍 온다고 한다. 올해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한다.
이를 소재로 만든 ‘그라운드혹 데이’라는 영화가 있다. 방송 기자인 주인공이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그런데 이 날이 지나가고 다음날이 왔는데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날짜도 항상 2월 2일이다. 너무나 삶이 지겨워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래도 소용없다. 깨어나면 항상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반복의 저주는 나중에 결국 사랑에 의해 깨진다.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하는 일상을 풍자한 수작이다.
북한 핵 사태를 보면 늘 떠오르는 것이 이 ‘그라운드혹 데이’라는 영화다. 북한이 주위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강행한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고 일촉즉발 전쟁 위기로 치닫는다. 그러다 결국은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당근을 주는 대가로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어느 날 양쪽은 서로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싸우기 시작하고 북한은 핵 개발 강행을 선포한다.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경제 제재에 군사 위협까지 거론된다. 그러다 미국과 북한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고 당근을 주는 대가로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한다.
몇 년째 끌던 6자 회담이 13일 중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데 합의하고 일단락 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북한이 장차 핵을 포기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발 중단을 약속한 94년 제네바 합의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 포기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 여하에 달려 있고 이것이 성사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 성사된다 한들 한번 핵무기를 개발해 본 경험이 있는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개발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개 핵폭탄을 만들어 수많은 땅굴 중 어딘가에 숨겨놓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라크에서 죽을 쑤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외교적 성공을 필요로 했고 방코 델타 아시아에 넣어둔 자금이 동결돼 애를 먹고 있는 북한은 북한대로 이를 푸는 것이 시급했다. 이번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런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다.
월스트릿 저널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은 5%에 불과했다. 유엔 미 대사를 지낸 존 볼턴도 이번 일을 “끔찍한 합의”라고 비난했다. 몇 년 후 북한이 다시 핵 개발을 재개했다는 뉴스가 나와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봄은 쉬이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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