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의 대왕오징어는 먹잇감을 공격할 때 겨드랑이에서 섬광을 내뿜어 상대의 방향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과학자들은 심해용 첨단 고해상도 비디오 카메라로 240~940m 깊이의 바다에 사는 북태평양 대왕오징어 (Taningia danae)의 생태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눈부신 섬광을 발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연 상태에서 T. danae의 모습이 촬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왕오징어(Architeuthidae)과에 속하는 이 오징어는 깊이 1천m 정도의 중심해(中深海)에 살며 몸길이 2.3m, 몸무게 60㎏가 넘게 자라는데 지금까지는 느리고 잘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 발견으로 사납고 재빠른 포식자임이 밝혀진 것이다.
학자들이 더욱 놀란 것은 이 오징어가 겨드랑이 밑에 있는 커다란 발광포(發光胞)로부터 약 1.5초동안 눈부신 빛을 내뿜는다는 것인데 학자들은 어두운 바다 밑에서 먹잇감과의 거리를 재는 한편 상대의 눈을 부시게 해 방향감각을 잃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태평양 오가사와라섬 부근에서 촬영된 이 비디오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섬광을 내뿜은 뒤 최고 시속 9㎞의 속도로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엄청난 수압을 고려할 때 극도로 빠른 속도이다.
학자들은 그러나 오징어가 때때로 발산하는 길고 짧은 파장의 빛이 짝짓기 때의 구애행동을 시사한다면서 빛의 발산이 짝짓기에도 이용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징어가 미끼틀에 부착된 조명등 주위를 헤엄칠 때 이처럼 길고 짧은 파장의 빛을 발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명등이 빛을 내는 다른 대왕오징어처럼 보여 이 오징어의 구애 행동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구는 영국 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됐다.
대왕오징어 암컷들은 몸길이가 최고 14m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서는 초대형 오징어가 선박을 통째로 휘감아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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