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기증자인 신동희·김애니씨와 아시안 골수기증협회(www.asianmarrow.org) 관계자들. 왼쪽부터 조형원, 최수현, 신동희, 김애니, 이수미씨, 샤론 스기야마 디렉터.
“가족 백혈병이면 어찌 하실건가요”
<세리토스 신동희씨>
“나이많아 가족 반대 불구 생면부지
환자 위해 기증 전신마취했지만 통증없어”
<로미나 김애니씨>
“솔직히 수술 무서웠지만 13세 환자 위해
바로승낙 생명 살린것 마치 기적”
“가족이 백혈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2005년7월 폴란드에 살고 있는 생면부지의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한 신동희(세리토스)씨와 2002년 자신의 남동생과 같은 나이(당시 13세)의 한 여학생을 위해 골수를 내 준 김애니(로미타)씨는 약속이나 한 듯 골수기증에 대해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OC의 한 교회에서 열린 등록캠페인 때 간단한 검사를 받고 기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동희씨. 자신이 골수기증 희망자였다는 사실도 잊을 즈음인 2004년 12월 연방골수기증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딸은 물론이고 가족들 모두 ‘나이도 있고 갱년기인데 무슨 골수기증이냐’며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가족들 몰래 기증절차를 하나씩 진행했다.
약 3개월에 걸쳐 골수가 여전히 건강한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피검사와 신체검사를 받았고, 수술 날짜를 확정한 뒤 가족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가족들의 반대는 “우리 애가 아프면 어쩔래?”라는 신씨의 말 한마디에 모두 사라졌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수술 일이 한 차례 연기됐고, 신씨는 7월19일 수술대에 올랐다. 양쪽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하기 위해 아침 일찍 전신마취를 받은 그는 오전 중에 깨어났다. “수술 후 아플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는데, 엉치쪽에 묵직한 느낌이 1주일 정도 지속된 것을 제외하면 하나도 안 아파 병원에서 준 진통제도 복용하지 않았다.”
1.5세인 김애니씨는 2000년 말 골수기증 등록을 한 후 1년 반 뒤 연방골수기증센터에서 연락을 받았다. “당시 남동생이 13세이었는데 내 골수를 받게 될 환자가 13세짜리 여아라는 말을 듣고는 ‘기증하겠다’고 바로 승낙했다.” 김씨의 부모는 ‘임신을 못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면서도, 딸의 결정을 대견스러워했다.
학생이었던 김씨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맞춰 골수를 채취했다. OC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그는 “수술 직전 전신마취를 하기 전에는 솔직히 좀 무서웠다”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김씨 역시 수술 뒤 별다른 통증이 없어 당일에 퇴원했다. 1주일 동안은 몸을 앞쪽으로 수그릴 때 약간 불편했지만 3주가 지난 뒤에는 완전히 회복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1월중 중남미 국가로 남편과 함께 선교를 떠날 정도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
두 사람이 감기에라도 걸리면 여전히 주변에서는 ‘혹시 그 것 때문에…’라며 농담반 진담반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골수는 이식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혈액처럼 다시 생성된다. 골수이식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미국 내에서 단 한 건도 보고된 바도 없다.
두 사람은 주위의 걱정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설령 골수기증으로 인해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됐다고 해도 한 사람의 생명과 한 가족을 살리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과 내 골수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생각해 보면 정말 멋있는 기적 아닌가요?”
<끝>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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