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난 지 11개월 밖에 안됐지만 매들린 매키언은 TV에서 생쥐들이 노래를 시작하면 머리가 자연스럽게 텔리비전 쪽으로 돌아가 까딱이기 시작한다. 낮잠 자고, 먹고, 책 읽어주는 것을 듣고, 손가락을 빨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매들린은 짬짬이 하루에 30분에서 2시간 정도 텔리비전을 본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카이저 패밀리 재단 조사에 따르면 1세 미만 아기 중 매일 텔리비전을 보는 아이가 43%나 된다.
1세미만 베이비 43%가 매일 시청 조사돼
케이블 채널· DVD판매 등도 확대 추세
“유아에 교육적 효과없다” 일부선 불만
기저귀 찬 아기까지 TV 앞에 끌어들이려는 기업 중에는 ‘월트 디즈니’와 ‘세서미 웍샵’ 같은 고참 회사들도 있지만 LA에 본부가 있는 24시간 케이블 채널인 ‘베이비 퍼스트 TV’ 같은 신참도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가 2세 미만 어린이들에게는 텔리비전을 보여주지 말 것을 권유한지 8년이나 됐지만 유아용 프로그램 수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디시 네트웍’과 ‘디렉 TV’에 등장한지 1년이 채 못돼 ‘베이비 퍼스트’는 향후 6개월 이내에 10개의 케이블 텔리비전 시스템을 세상에 내보낼 예정이다. 영국에 본부가 있는 라이벌 회사 ‘베이비 TV’도 2년만에 45개 국으로 확장한데 이어 가을에는 미국에 입성할 채비를 하고 있다. TV 채널 이외에 영아 및 유아용으로 제작된 비디오와 DVD 매출 또한 연간 1억달러를 상회한다.
아기용 매체 판매사들은 자사제품이 아기의 발달에 유익하다고 선전하지만 텔리비전 시청이 그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워싱턴 대학의 소아과 연구원인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는 “우리는 다음 세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국 규모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으로 그 결과도 모르면서 텔리비전을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텔리비전이 취학 전 아동에게 교육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2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릿’이 데뷔한 1969년께부터 존재해 왔지만 2세 미만 어린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선전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브레이니 베이비’ 비디오를 만든 회사는 1995년에 창립됐고 영국의 유아 TV 프로그램 ‘텔레터비’는 1998년에 처음 전파를 탄 이후 매일 20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했고 5,000만달러의 관련 제품을 판매시키고 있다. 그로부터 3년 후 디즈니가 매입한 이후 ‘베이비 아인슈타인’ 제품의 매출은 2,500만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요즘은 생후 6개월짜리 영아를 위한 비디오 게임까지 나와 있다.
“과거 아기에게 자극을 주라는 것은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을 의미했는데 요즘 자극을 줘야 한다면 소리 나는 장난감과 번쩍이는 불빛, 컴퓨터, 텔리비전을 뜻하는 줄 안다”고 아기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대한 책 ‘바이바이 베이비’를 쓴 수잔 그레고리 토마스는 말한다.
마케터들은 거의 언제나 자기들의 제품은 아기들의 두뇌 발달을 돕는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해 줄 임상실험이나 기타 연구는 거의 없다고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저 아동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아동발달 원칙에 따라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 제품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교육적이라는 주장은 모두 허위고 오도된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기가 채 자라고 발달할 기회도 갖기 전에 미디어에 의존하게 만든다”며 보스턴에 결성된 ‘광고 없는 아동기를 위한 캠페인’은 연방통상위원회에 ‘베이비 아인슈타인’과 ‘브레이니 베이비’가 하는 주장들을 허위 광고로 취급해 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비 퍼스트 TV’의 공동 창립자인 섀런 렉터는 “우리는 아기를 텔리비전 앞에 끌어다 앉히는 것이 아니라 더 깔끔하고 안전한 대안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아 및 유아용 텔리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미국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베이비 TV’의 첫 시장이었던 이스라엘에서는 플레이보이 채널만큼 잘 팔리고 있다고 마야 탈릿 대변인은 말하는데 ‘베이비 TV’는 현재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중동, 캐나다와 유럽에도 진출해 있다.
“죄의식 느낄 필요 없는 전자식 베이비시팅이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지만 실상 대부분의 부모들은 텔리비전을 보면서 자녀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하버드대학의 소아과 교수인 마이클 리치 박사는 말한다. 리치 박사는 텔리비전이 별로 신통한 교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결론지은 최신 연구 서너 개를 인용하는데 2004년도 실험에 따르면 영아 및 유아들은 눈앞에서 장갑을 벗는 시범을 실제로 보이면 즉시 배워 따라하지만 비디오로는 6번은 봐야 따라 하더라는 것이다. 또 1세반에서 3세반까지의 아기들은 TV 시청시간이 길수록 7세에 주의 집중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프로그래머들은 기존의 연구들을 프로그램의 내용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세서미 스트릿’을 정기적으로 시청한 2세 이상 아이들은 적게 본 아이들보다 더 단어를 빨리 배웠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만 또 다른 연구는 2세 미만 아이들은 이 쇼를 봄으로써 언어 습득이 지연됐을지 모른다고 결론짓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결정적인 연구가 나올 때까지 핵가정에서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며 힘겹게 사는 부모들만 프로그램 마케터들의 주장과 그 비판자들의 주장을 놓고 저울질해야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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