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부터 1929년까지 계속된 미국 증시와 경제 호황은 유례없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40에서 380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전역이 호황으로 흥청댔고 “미국은 영원한 번영의 고원에 올라섰다”라는 경제 전문가의 진단이 잇따랐다.
그러나 1929년 10월 24일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전에도 폭락했다 곧 회복하는 것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환상이 깨진 것은 다음 주 들어서다. 28일 하루 사이 12.8%가 빠진 다우 지수는 다음날인 29일 다시 11% 추락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 산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뉴욕 증시는 마비됐다. 이것이 미 대공황의 서막이었다. 1929년 10월 29일이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후 70여 년이 지난 2007년 2월 27일이 다시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영예(?)를 안았다. 이 날 상하이 주가 지수는 10년래 최대 폭인 8.8% 폭락했다. 상하이 지수가 사상 처음 3,000 포인트를 돌파했다고 축배를 든 바로 다음날이다. 최대 외환 보유국이자 미래의 경제 강국인 중국 증시의 여파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증시가 폭락하고 다우존스 산업 지수도 2001년 9/11 테러 직후 이후 최대 폭인 400여 포인트나 떨어졌다. 중국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지금 중국 증시 열기는 20년대 미 증시와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사람들은 빚을 내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사들인다. 그 회사가 어떤 회사며 재정이 어떤 상태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위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다. 외신에 따르면 은퇴한 한 여성 투자가는 “나는 운이 좋을 것 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 주식을 골라서 산다”고 투자 소신을 밝혔다.
올 초 정부 당국이 17개 회사를 공금 유용 혐의로 수사한다는 뉴스가 터지자 이들 회사 주식은 폭등했다. 4분기 동안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신고조차 하지 않은 한 회사 주식은 2배로, 작년 말 회장이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하이 바일리안 그룹은 45%가 뛰었다. 어차피 중국 기업 장부는 믿을 수 없는 데다 정부가 수사를 하니 이제는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힐 것이란 엉뚱한 기대에서다.
사람들이 이런 악재에 구애받지 않는 것은 무슨 뉴스가 나와도 오르기만 하는 중국 증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 증시는 유가 폭등과 위안화 절상, 세계 경기 둔화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 130%나 상승해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하락을 그 동안 가파른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며 중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튼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가 폭락과 공황은 아프리카나 중동 같이 경제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나라가 아니라 욱일승천하는 나라에서 발생한다. 1700년대의 영국과 프랑스, 1920년대의 미국, 1990년대의 일본이 그랬다. 오랜 붐으로 사람들의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발 증시 쇼크를 예사롭게 볼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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