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전의 일이다. 한국서 파견나온 한 공관장이 일명 ‘섹스’ 스캔들 소문에 휘말려 곤혹을 치렀다.
소문은 이랬다. 타운내 유력 봉사단체장 K씨가 술좌석에 한 공관장을 불러냈다. 그자리에는 타운내 모 무용소 원장이 동석하고 있더라. 음주 가무 좋아하는 그 공관장은 무용소 원장과 둘이서 노래방으로 2차를 갔다. 무용소 원장은 다음날 공관장이 성추행을 하려 했고 거부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앞니가 흔들린다고 주장하며 변호사를 샀다. K씨가 공관장에게 호통을 치며 중재자로 나섰다.
총영사관에서 ‘공무원 위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공관장에게 조속한 해결을 강요했다. 등 떠밀린 공관장이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액수 미상의 돈(일부서는 3만 달러라는 주장도 제기됨)을 빌려 K씨에게 전달했다. 이 소문은 K씨가 한 국악 단체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까지 보여주고 떠드는 바람에 사건 1년 만에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K씨와 무용소 원장은 지금도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는 사이다. 대충 이런 소문이었다.
일파만파 사태가 확대되자 공관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 공관장은 아직도 결백을 주장하며 합의를 종용했던 유력 공관원들을 원망하고 다닌다는 후문이다. 당시 무용소 원장은 3,000달러씩 두 번에 걸쳐 6,000달러의 지원금을 공관으로부터 받았다는 소문도 퍼졌다. 한인 단체 지원에 기껏해야 200~300달러 주고서도 생색을 내오던 해당 공관 사정으로 보아 엄청난 지원금이 아닐 수 없었다. 공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대외비를 이유로 거부했다.
K씨는 지난해 또다른 공관에 찾아가 자신이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 한국쪽 판권을 가지고 있으니 홍보 준비를 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유명 배우들의 이름을 새길 수 있는데 이의 권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공관원은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했다. K씨는 총영사관과의 돈독한 친분 관계를 내세우며 협박성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공관원은 참다못해 본보 기자에 호소했다.
본보 기자의 취재 결과, K씨가 땄다는 판권은 한국에 할리웃 명성의 거리를 소개하는 우편엽서를 팔수 있는 권한이다. K씨는 취재차 전화한 본보 기자에게 조만간 변호사 통해 기자회견을 갖고 계약서를 내보일 거라고 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것이 1년전쯤의 일이다.
K씨는 요즘 한국정부가 2세들의 뿌리교육을 위해 타운에 세운 한국교육원과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교육원에 세들어 있는 K씨는 건물 4층에 임대 신청을 낸 재미국악원을 받아주지 말 것과 자신의 단체가 토요일 저녁 2시간동안 무료로 2층 강당을 사용케 해달라는 것 등 2가지를 요구했다. 교육원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아무런 이유없이 국악원을 못 들어오게 할 수 없고 ▲토요일 강당 무료 사용은 특혜 의혹을 받을 수 있으며 부대경비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K씨는 교육원 관계자를 불러 육두문자를 섞어 가며 호통을 쳤다. 더더욱 교육원의 비리를 방송으로 폭로하겠다며 미리 써놓은 원고까지 디밀었다. K씨는 총영사관과의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며 그 공관원에게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소식을 전해들은 교육원 이사들이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며 분개하고 있다.
한국 공관들은 현지인들의 막무가내 식 윽박지르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털어 먼지 안나겠냐며 흔들고 한국으로 투서까지 해대면 공무원 신분으로 감당할 재간이 없다. 그냥 좋은게 좋다는 식의 입틀어 막기가 최상의 방법이 될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 이후 공관은 ‘적극적 대응’ 모드로 전환되어 있다. 할말은 하고 밝힐 것은 밝히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K씨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들여다보면 총영사관이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김정섭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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