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한인 가정에서 발생한 강아지 강도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했다. 애완견이 비싸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 정도인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도 “자동차 등의 매매 광고를 보고 찾아가 강도로 돌변하는 케이스들은 간혹 있지만 강아지 강도 사건은 처음이다”며 어이없어 했다.
과거 한국에서는 여름철이면 개 절도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다가 개를 훔쳐가는 도둑들이 있어서 문단속을 단단히 해야 했다. 삼복이면 닥치는 개들의 수난기였다.
애완견이 가족의 일원으로 승격한 요즈음에는 같은 개 도둑질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개 값이 금값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난을 겪은 8주된 요크셔테리어 순종 강아지의 가격은 마리당 2,500달러. 새끼 네 마리면 1만달러라는 계산이다. 강도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몸값이다.
사건의 시작은 코리아타운에 사는 이 가족이 ‘강아지 판다’는 광고를 신문에 낸 것이었다. 2인조 흑인 강도는 이 광고를 보고 미리 전화로 약속을 하며 치밀하게 접근했다. 이들이 들이닥친 것은 지난달 23일 밤 10시. 집 주인은 구매희망자로 생각하고 의심 없이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이들이 권총강도로 돌변한 것이었다.
강도들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은 집안에 보안용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 한 명은 권총을 들이대며 가족들을 모두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다른 한명은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강아지들을 붙잡아 플래스틱 봉지에 담고 달아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강도 현장이 생생하게 담긴 장면이 전국의 TV 방송을 통해 보도되자 19살, 23살의 강도들은 숨을 곳이 없었다. 자수를 한 이들은 각각 1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요크셔테리어는 최근 뉴욕에서도 뉴스가 되었었다. 지난달 퀸스의 한 가정집에 도둑이 들어서 현금 수천달러, 귀금속 등과 함께 그 가족의 애완견인 요크셔테리어를 훔쳐간 것이었다. 집주인은 아무 것도 묻지 않을 테니 제발 강아지만 돌려달라며 1,500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강아지가 더 이상 ‘개’가 아니라 ‘가족’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녀가 많아야 한둘인 요즘 가정에서는 애완동물이 으레 또 하나의 자식 대접을 받곤 한다. 자녀 없는 부부, 가족 없는 노인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웬만한 가족보다 더 가까운 것이 애완동물이다.
그래서 좋은 혈통의 비싼 애완동물을 구입하고 동물 미용실 데려 다니며 호사스럽게 치장해주는 등 애완동물에 돈 들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풍조이다.
LA 타임스 등 주류신문 안내광고를 보면 매일 빠지지 않고 줄줄이 나오는 것도 애완동물 매매광고이다. 강아지 한 마리에 몇 백달러는 보통이고 천 단위 강아지들도 상당히 많다. 6일자 LA 타임스 광고를 보면 요크셔테리어가 역시 비싸서 3,000달러, 4,000달러짜리가 있는 가하면 2,950달러짜리 골든 리트리버, 2,000달러짜리 저먼 셰퍼드 등 몸값이 금값인 개들이 상당히 많다. 애완견도 사치품이 되는 시대이다. 개 팔자가 정말 상팔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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