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잠을 자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몸이 먼저 알고 잠잘 채비를 한다. 뇌에 ‘생체시계’가 있어서 수면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밤이 되어도 잠을 못 자는 경우들이 있다. 사랑의 아픔으로 날밤을 하얗게 새는 경우도 있고, 보고 싶은 누군가를 그리느라 밤 깊도록 뒤척이는 경우도 있다. 고통스러우면서도 감미로운, 가끔은 겪어볼 만한 낭만적인 불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면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잠은 자야겠는데 여건이 안돼서 밤새 괴로운 전쟁 같은 불면이다.
지난주는 미전국 수면계몽 주간이었다. 이 주간에 맞춰 전국 수면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들의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이다. 성인여성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들의 60% 이상은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잘 잤다’싶은 밤은 일주일이면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왜 이렇게 잠을 못 잘까. 현대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 걱정·근심 등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이 된다. 셀폰, 이메일, 인터넷 등 첨단 기기들이 한밤중에도 우리를 가만 두지 않고 수면시간을 빼앗아 간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과 별도로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수면의 적’은 육아 및 가사노동, 배우자의 수면방해, 폐경기 호르몬 변화에 따른 불면증 등이 꼽힌다.
이번 수면재단 조사에서도 수면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한 집단은 젊은 엄마들로 나타났다. 전업 주부건 직장 여성이건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제일 잠을 못 잔다. 취침 시간은 충분하다 해도 밤중에 여러 번씩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자고 나도 몸이 개운치가 않다.
다음 수면장애 그룹은 50대 이후 중년 여성들. 자녀들이 성장해 방해받지 않고 숙면을 취할 여건이지만 이때는 다른 훼방꾼이 끼어든다. 폐경기 불면증과 중년이 되며 심해진 남편의 코골이이다.
남가주에 사는 60대의 한인주부 L씨는 침실이 두 개다. 잠자리에 들 때는 본래 침실로 갔다가 남편이 잠들고 나면 딴 방으로 옮긴다. 그가 처음부터 침실을 옮겨 다니며 잠을 잤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코골이가 너무 심해져 생긴 버릇이다. 코고는 소리에 계속 잠을 깨다 보니 만성 수면부족으로 몸이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내가 옆에 없으면 잠을 못 들어요. 할 수없이 남편이 잠 들 때까지 옆에 누워 있다가 잠이 든 것 같으면 옆방으로 옮기곤 하지요??
잠자는 문제가 미국의 주택 구조도 바꿔 놓을 모양이다. 한 집에 매스터 베드룸을 두 개씩 만드는 집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아내의 침실과 남편의 침실을 따로 만들거나, 매스터 베드룸 안에 별도의 침실을 하나 더 만드는 게 최근 주택 건축의 한 동향이다.
부부가 모두 바쁜 현실에서 잠만이라도 각자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자자는 것이다. 각 방 쓰는 부부 - 이제는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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