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 주요 한인 은행에서 한 중견 간부가 사표를 냈다. 말이 사표지 사실상 파면이나 다름없다. 이 간부가 오랜 세월 회사 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내사에 들어가자 자진해 그만 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측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간부는 수년에 걸쳐 고객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자기 호주머니에 넣고 은행측에는 고객 우대 차원에서 면제해 준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은행은 반드시 이중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아리송할 뿐이다. 여러 직원이 공모를 했거나 아니면 은행 감독 체계에 큰 구멍이 났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간부가 사표를 낸 후 다른 한인 은행에 다시 취직을 하려했다는 점이다. 형사 범죄를 저지르고도 문제가 드러나면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일부 한인 은행 직원의 정신 상태가 얼마나 해이해졌나를 보여준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인 은행가에서는 자격이 안 되는 신청자의 서류를 적당히 꾸며주고 융자를 받아준 후 대가를 받는가 하면 남편 등 친척을 론 브로커로 위장해 커미션을 나눠 먹는 등 온갖 유형의 비리가 횡행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문만 열어 놓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한인 은행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는 그늘에 감춰져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인 은행가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한미, 윌셔, 중앙, 나라 등 한인 주요 은행의 주가가 평균 20% 가까이 폭락했다. 이는 신용 미달자들에게 크레딧도 소득도 ‘묻지마’ 식으로 꾸어준 불량 모기지(sub prime mortgage) 시장이 무너지면서 미 증시가 하락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한인 은행주들의 낙폭은 일반 주식보다 훨씬 컸다. 최근 군소 한인은행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주요 한인 은행들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팽창 일로를 걸어왔던 한인 은행들이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인 은행들이 한인 사회 경제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0여 년 간 한 번도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경험하지 못한 채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세를 불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와중에 내부 기강이나 자체 감사 기준 등이 해이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지금 불량 모기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서브 프라임 융자 회사들이 자체 점검이 없이 무리하게 시장 점유를 늘리는데 온 신경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 수십 개가 이미 문을 닫았고 뉴 센추리 등 대형 회사도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체제를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한인 은행들도 서브 프라임 융자회사 짝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인 은행계의 각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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