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인 한인 2세 S씨의 하루는 요즘 아침 6시에 시작된다. 10개월 된 아들이 잠에서 깨는 시간이다.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다시 침대에 눕히면 배가 부른 아기는 혼자 흥얼흥얼하다가 다시 잠이 든다. 아기가 잠 든 사이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부엌으로 가서 아기 우윳병, 이유식 등 데이케어에서 아기가 먹을 음식을 챙기고 기저귀와 옷가지도 챙긴다. 이어 잠든 아기를 깨워서 세수 시키고 옷 갈아입히면 출근 준비 완료.
8시에 유아 데이케어 센터에 아기를 맡기고 한시간쯤 운전해 출근을 한다.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근무를 마치고 오후 4시에 퇴근, 데이케어로 향한다. 데이케어가 5시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함박웃음으로 반기는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아기와 노는 시간. 책도 읽어주고 그네도 태워주며 장난감 놀이도 한다. 6시가 되면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30분쯤 후 목욕을 시킨다.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우유를 먹인 후 침대에 눕히면 아기는 잠이 들고 그때부터는 그의 자유시간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TV도 보고 운동도 한다.
직장 일하는 엄마들의 전형적인 하루 일과이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들만 이런 일과를 갖는 게 아니다. 위의 S씨는 아빠이다. 이번 주 그는 아내가 타주로 출장을 가서 근무시간을 한시간 단축하며 아기를 돌보고 있다. 어린 아기가 있어도 아내는 부담 없이 출장을 가고 집에 남은 남편은 불평 없이 아기를 돌보는 것이 요즘 신세대 부부들이다. 이런 ‘평등부부’의 모습은 한인 1세들에게는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1세 중년남성들 중에는 아기 기저귀 한번 안 갈아본 사람들이 태반이고, 결혼한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속이 불편한 여성들도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서도 아빠들이 육아에 이렇게 열심히 동참한 것은 최근 일이다.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살림을 하던 60년대까지만 해도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의 일. 가사와 육아는 명백히 여성의 일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시작되고 부부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가정내 역할분담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여성계의 줄기찬 주장은 남성들의 가사·육아 분담이 너무 적다는 것. 똑같이 직장일하고도 집안일은 여성들에게만 떠맡겨지니 불공평하다는 지적들이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아빠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 키우는 일을 아내의 일이 아닌 ‘내 일’로 여기는 추세라는 것이다. 매릴랜드 대학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1965년 미국의 아빠들이 아이들 돌보는 데 쓴 시간은 일주일에 2.5시간인데 비해 2003년에는 7시간으로 늘었다. 집안일에 쓴 시간도 1965년 주 4.4시간이었던 것이 2003년 9.6시간으로 늘었다.
남성들이 가정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 가진 엄마들이 자녀들과 충분히 시간을 못 가져서 느끼는 죄책감을 요즘은 아빠들도 느낀다고 한다. 아빠와 가깝게 지낸 자녀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교 성적도 더 좋고 사회성도 더 발달한다는 연구조사들이 있다. 아빠가 가정적이 되면 가정이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가 안정된다. 남성들의 반가운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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