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그것들은 매우 중요하여 인간의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명과 함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이지 않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일 것이며, 어느 순간을 기계로 찍은 다음 영원히 보관하는 사진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보이지 않는 소리를 담아내는 녹음기도 있고, 전파를 타고간 후, 목소리를 감쪽같이 재생하는 전화기를 만들더니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사진과 소리를 한데 묶어 여러 곳으로 동시에 내보내는 TV 방송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발명품에 우리가 매어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증명사진이 그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때이다. 그리고 신문과 방송이 없으면 현대인은 눈과 귀가 어두운 사람처럼 되고 말았다. 영화가 오락생활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드라마를 비롯하여 TV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보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여러 발명품이 합세를 하면서 마침내 인터넷의 시대가 온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되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보이지않던 세계가 보이는 세계로 전환이 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막강한 힘을 지닌 디지털의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인터넷이 게임과 오락물을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이제 그것은 실용성을 넘어 전 세계의 오락이 그 판도를 바꾸고있다. 또한, 그 기술이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는 한계조차 모호해진다. ‘매트릭스’는 영화였으나, 지금은 실제로 그러한 게임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게임에 중독이 되어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도 생겨난다.
실제가 아니면서도 인터넷의 세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온라인 안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육신으로 경험하는 거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으며,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친구도 사귀고, 애완동물도 기른다. 이제는 이웃이 없어서 쓸쓸하지도 않으며, 심심하지도 않은 시대가 찾아왔다.
환상과 실제의 생활이 뒤섞인 상태에서 살다보면, 이제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현실이 꿈인듯, 꿈이 현실인듯, 설마하니 그렇게 꿈같은 세상을 살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더욱 살기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뜻일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된다는 뜻일까.
집에 앉아서 온갖 사무를 볼 수 있는 여러가지로 편리한 세상을 살면서도, 마음 속 저 편에서 한 줄기의 불안함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처음으로 사진기를 대한 사람들이 ‘혼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사진에 찍히기를 두려워하였던 것과도 같은 불안함일까. 아니면 그보다는 훨씬 차원이 높은 우리의 ‘지성’과 ‘정체성’에 대한 염려같은 것일까.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편리하기 그지없는 이메일을 여기저기로 보낸다. 온 세상의 소식을, 한국어로 된 소식을, 태평양을 넘나들며 읽어본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는 수많은 나의 가족들의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신통하게도 살아있는 사람을 꼭 닮은 저 만화의 주인공들이 언젠가는 화면을 걸어나와 나에게 말이라도 걸어오는 때가 올 것만 같다.
현실과 허상이 혼합된 새로운 세계가 꿈처럼 아련하게, 더욱 확실하게,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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