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거의 독립국 수준인 50개 주의 연방체제는 한국처럼 단일체제에서 온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주마다 주법에 관한한 최고 결정권을 가진 주 대법원, 또는 주 항소법원이 있고 주 검찰이 있다.
그에 더해 연방 헌법이나 기타 연방 법률을 관장하는 연방 각급 법원과 연방 검찰이 있다.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인구가 많은 주에는 연방 법원이나 연방 검찰청이 몇 개 된다. 전국에 연방 검찰청이 93개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새로 당선되면 연방 검사장 자리 93개를 자신이나 자기당의 지지자들로 채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클린턴 대통령은 그의 두 번째 임기 시작 때 93명의 연방 검사장들 모두를 갈아치웠다. 종신직인 연방 판사와는 사뭇 달리 연방 검사장은 대통령이 어느 때든지 경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가 93명 중 8명을 작년 12월에 갈아치운 게 왜 문제가 되나.
아마도 부시 대통령이 그의 전임자처럼 연방 검사장들 모두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하고 새 사람들로 그 자리를 채웠다면 문제가 덜했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클린턴이 그리했을 때 별 탈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샌디에고 지역의 연방 검사장 등을 포함한 해고된 여덟 사람이 상원 법사위 청문회 등에서 자기들이 해임된 이유가 곤잘레스 법무장관의 말대로 근무평가가 평균 이하라서가 아니고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 작년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의 맹공에 부딪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샌디에고 부근 출신인 딕 커닝햄 전 하원의원(공화당)을 기소해서 감옥에 보낸 검사장이 해고된 8명에 포함되었다. 또 뉴멕시코 연방 검사장의 경우에는 그가 민주당 정치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출신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전화를 걸어 사건 진행 과정을 문의했다는 게 정치적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곤잘레스 장관이 처음에는 백악관과의 조율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주장하다가 이 문제로 사임한 자신의 비서실장과 백악관 보좌관들의 이메일이 발견되는 탓에 실수를 자인하고 나서부터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의원들 수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상하 양원의 법사위에서 공청회를 열어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 겸 부시의 수석 모사, 그리고 해리엇 마이어스 전 백악관 수석 변호사 등을 증인으로 소환한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부시는 그들이 비공개리에 선서 없이 의원들의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제의했다. 선서를 하고 공개석상에서 증언해야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 상하 양원의 법사위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증인출두 소환장을 발부하기로 의결했다. 물론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참모들이 의회로 소환되어 기록을 남기는 증언을 하게 되면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의견개진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또 검사장 경질이 대통령의 일상적 권한행사로서 정치적인 보복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 아래서는 공식소환과 선서 없는 증언 정도로 양쪽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게 포스트 같은 유력지들의 논조다. 부시와 민주당은 헌법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해 적정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타협의 대가로 민주당 중진의원들은 계속 곤잘레스의 사임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사망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자기 각료들과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닉슨 사면을 조사하던 하원 법사위의 청문회에 자진 출두 했을 뿐 아니라 선서까지 하고 하루 종일 의원들의 질의에 진솔한 답변을 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단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청문회 주장이 부시의 머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미움을 한껏 받고 있는 칼 로브를 욕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좌우간 당파싸움은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정치의 특징이라 하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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