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 480년, 제3차 페르시아 전쟁 때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정예용사 300명을 이끌고 전투에 참가한다.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그리스 중북부 테살리아 지방의 있는 테르모필레이란 곳으로 나간 것이다.
‘뜨거운 문’이라는 뜻의 이 테르모필레는 산과 바다 사이의 협곡으로, 전략적 방어막으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고대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이 좁은 협곡 돌파에 투입된 페르시아 병력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 대병력을 맞이해 300의 스파르타군은 대혈전을 벌인다. 그러나 내부의 배신자가 산을 넘는 샛길을 적에게 알려주는 바람에 스파르타의 300용사는 결국 전원이 장렬히 전사한다.
이 전투가 유명한 테르모필레 전투다. 이 전투에서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이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그리스는 시간을 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하나가 돼 결국은 페르시아 침략군을 저지한다.
이 전쟁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프랭크 밀러의 원작만화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영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스파르타의 용사 300명을 상징하는 ‘300’이 그 영화다.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에서 뿐이 아니다. 한국서도 그렇다는 소식이다. 왜 이 영화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나.
오락영화로 그만이다. 많은 영화 비평가들이 하는 말이다. 컴퓨터 게임세대에게 특히 어필하는 영화로, 극단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잔인하고, 또 최고의 시각적 쾌락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하기는 단순한 이야기다. 300명이 100만을 맞아 죽도록 싸웠다는 이야기가 전부니까.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 의지로 전쟁을 선택한다. 그런 소수의 자유인들이 전제군주의 절대의지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100만이 넘는 폭악의 세력에 저항해 장렬히 싸운다. 인간의 용기가 지닌 불멸성이, 아름다움이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투가 없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됐을까. 당시로서 ‘자유’가 숨 쉬고 있는 유일한 곳이 그리스였다. 때문에 자유를 기반으로 한 서방문명은 그 발아기에 말살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에 대한 묘한 정치공세도 잇달고 있다.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묘사한 부시의 멘탈리티가 할리웃에도 스며들었다는 비판이다. 말하자면 할리웃이 ‘이란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
영화는 그러나 영화일 뿐이다. ‘300’은 정색을 한 역사물도 아니다. 만화의 상징주의 수법을 가미한 팬터지다. 그러니 보고 즐기면 그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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