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길들이기
오적
80년대 초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재벌과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부패를 조장하는 사람들을 다섯 부류로 나누어 국민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오적’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재정적 성공과 골프향상을 저해하는 다섯 가지 요인 즉 ‘오적’을 살펴보려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적을 알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오버하지 마
대부분 초중급 골퍼들의 대화는 거리에 관한 것인데 ‘드라이버를 20야드만 더 칠 수 있다면 싱글입성은 따 놓은 당상인데’라고 한탄한다. 수시로 드라이버를 바꾸거나 어퍼컷 스윙 등 다양한 타법도 구사해 보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스윙을 방해하는 오적의 하나는 오버파워 즉 최대 스윙 스피드의 전부 혹은 그 이상으로 클럽을 휘두르는 것인데 거리는 물론 스윙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몸의 균형을 파괴해 일관적인 스윙과 타점을 저해한다. 둘째, 팔과 몸의 근육을 경직시켜 유연성과 스윙 스피드를 떨어뜨린다. Sam Snead는 스윙을 컨트롤하려면 최고 스윙 스피드의 80%만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오버파워는 백스윙시 오버턴을 조장해 리버스 피봇을 유발시켜 파워는 물론 스윙 시퀀스(sequence)를 무너뜨려 몸의 균형을 잃게 한다. Curtis Strange는 이를 막기 위해 오른발 밑 바깥쪽에 골프공을 넣고 공을 치는 연습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샷의 거리는 팔이 아닌 클럽헤드의 속도에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낚싯대 던지는 장면을 연상해 보라.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추를 멀리 던질 수 있겠는가?
묻지마는 이제 그만
투자상담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자산을 안전하게 많이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라는 것인데 ‘없다’고 대답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후 재정전문가의 임무는 고객의 상황에서 최적(optimal)의 솔루션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 말하면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주위 사람들이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자극적인 과대광고의 잘못된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고객들은 ‘재정세계에서 공짜란 없다’란 말을 여러 번 듣게 되는데 이것이 투자와 재정관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안전과 성장은 방패와 창처럼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이 둘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검토해보면 오버파워의 문제처럼 지나치게 방패나 창 한 곳에 몰려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과도한 위험은 재정성공의 난적이다. 투자위험은 수익률의 예측성과 관련해 표준편차로 나타내는데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으로 구성된다. 체계적 위험은 분산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이자율, 재투자율, 인플레이션, 환율과 시장위험 등으로 구성되나 비체계적 위험은 비즈니스, 재정 그리고 사회정치적 위험 등으로 분산화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소중한 자산을 투자할 때 위험을 길들이는 방법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첫째, 포트폴리오는 efficient frontier를 바탕으로 한 자산배분 분석에 근거해야 하는데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투자위험이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와 시장의 변화에 각 자산의 형태가 다르게 반응함으로 주기적으로 균형화 작업을 해야 한다. 셋째, 적어도 매 3년마다 전문가와 마주 앉아 경제와 개인 재정상황의 변화를 기초로 최적화 작업(optimization)을 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자산축적의 단계에서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투자하는 DCA는 투자위험을 길들이는 좋은 방법이다. 최후의 승리자가 되려면 ‘묻지마’식의 투자나 재정관리가 아닌 투자목적과 기간, 세금과 위험 감수율을 포함한 재정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
jaesp@hanmi.com(213)347-6058
변재성 <한미은행 투자자문 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