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us wept’(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애통하는 동생 마리아와 이웃들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보인 반응을 대다수 영어 번역본들은 이같이 성경에서 가장 짧은 구절로 기록하고 있다.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조승희 사건이 터져나왔을 때 느낀 참담함과 가슴 먹먹함을. ‘Jesus wept’. 이 말이 떠올랐다. 죄값으로 고통과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인간들이 너무 불쌍해 그리스도가 운 것으로 기독교에서는 해석하는 구절이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참으로 황망한 심정이었지만, 우리와 한피를 받은 한인이 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 살인을 저지른 이번에 받은 충격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우울증, 과대망상, 피해의식 등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따스한 땅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증오와 분노를 키워오다 결국 희대의 참극을 저질렀다. 자폐적인 성격에 더해 1.5세 이민자라는 경계인의 삶이 그의 좌절과 억압된 심리를 더욱 키웠을는지도 모른다.
세탁소를 한다는 그의 부모 역시 여느 한인들처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피땀을 흘렸으리라. 특별히 그의 가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아니, 그의 부모는 자기 아들을 잘 도와달라는 부탁을 기숙사 동료학생들에게 했다고 한다.
양식 있는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범인이 한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일원으로서 가슴 깊이 애도해야 마땅하지만, 커뮤니티 차원의 사과가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가정을 찬찬히 돌아보지 아니하면 언제 또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나 우리 가슴에 못을 박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들 중 상당수는 성공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노예가 되어 살아왔다. 은연 중, 또는 공공연히 자녀들에게도 같은 가치관을 주입시켰고 부모의 소유물인양 그들의 꿈과 미래를 재단한다. 이민자로서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한국의 동족들을 보면 그것은 변명임을 알게 된다.
상담이나 소셜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이민 와서 미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한인 가정에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이같은 현상은 남자 아이들이 더욱 심각하다”고 이들은 덧붙인다. 더 큰 문제점은 부모들이 혹시 남이 알까 두려워 쉬쉬할 뿐 도무지 문제 해결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도움 받을 수 있는 서포트 그룹도 없다.
지난달 LA카운티 박물관의 한 행사에서 제프 야로슬라브스키 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악기를 갖고 있는 청소년을 용의자로 체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경관의 얘기를 언젠가 들었다”는 말로 아동들의 삶에 대한 문화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찌 문화 하나로 만사가 해결되랴. 부모들은 아무리 바쁠지라도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대화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 만수산 칡처럼 얽혀있는 고민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책임감과 올곧은 심성, 인간애를 그들 속에 심어주며, 마음이 돌처럼 강퍅해지지 않도록 자연과 예능활동을 접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잠언 구절처럼 삶으로 바르게 지도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이번 대학살 사건 앞에서, 자녀들을 생각하며 자성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희생자들을 향해 마음의 옷깃을 여미며 무명씨의 시 한 구절을 되뇌어 본다.
여기 당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커다란 눈의 어린 친구가 있다/ 그의 눈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는 밤이나 낮이나 당신을 지켜본다/ 당신은 날마다 당신의 하는 모든 행동 속에서/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어서 어른이 되어 당신처럼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어린 소년에게.
김장섭 특집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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