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불량 청소년이 쉴 곳은 없습니다.” 청소년 마약 갱생 단체 나눔 선교회의 한영호 목사가 한숨쉬며 내던진 말이다. 행동이 바르지 못한 청소년들은 교회에 다닐 수 없는 것이 한인 교회들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기자 자신도 그의 질타성 발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혹여 교회에서 우리아이가 ‘나쁜’ 친구 와 어울리지나 않을까 고심한다. 아이들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나름대로 ‘나쁜 아이’와 ‘좋은 아이’들을 가려내려 한다.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10대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라면 대부분 같은 마음으로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사춘기 자녀들의 행동은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춰내며 부끄러움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한 목사의 발언을 그냥 넘기기에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할 과제가 너무나 크다.
비행 청소년뿐만이 아니다. 얼마전 10대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가 교회를 미국쪽으로 옮겨야 되겠다고 하소연 한 말을 들었다. 이혼한 가정이라며 아이 친구들의 부모들이 경계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끼리 수군덕대며 자녀들에게 놀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20여년전 아직 교회와의 인연을 맺지 못했던 미시간 유학 시절 이야기다. 밥 얻어먹는 재미에 한인 교회를 나가곤 했는데 100여명 남짓한 교인들은 예배나 식사때 항상 두 그룹으로 나뉘어 앉는다. 교수와 박사등 전문직 종사자 그룹과 국제결혼 또는 마사지 팔러 종사 여성및 그 친인척 그룹이다. 일명 ‘박사님’ 그룹의 와이프들은 혹여 다른 쪽 여성들이 남편들에게 접근하지나 않을까 눈치를 준다. 당연히 그들의 자녀들도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두쪽으로 나뉜다.
유학생들은 양쪽을 오고가며 잘해주는 쪽을 택하는데 대개 두 번째 그룹이 마음씨도 넉넉하고 풍성해 유학생들의 지지를 듬뿍 받곤 했다.
아직도 ‘성공’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한인교회들이 많다. 이들의 시각에서 내려다 본다면 교회는 그저 언어 장벽에 막혀 화풀이 할 곳 없고 자랑할 곳 마땅찮은 성공한 한인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교장으로 보일 것이다. ‘힘들고 짐진자들의 쉼터’가 돼야할 교회내에서 과연 수고하고 짐진자들에게 배당된 쉼 공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뉴욕에서 발행되는 기독교교민신문에 ‘한인 교회와 목사님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버지니아텍 조승희씨 총기 난사사건을 교회와 목회자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인데 7가지중에서 두가지 지적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우리 자녀들의 신앙교육, 인격교육, 이땅의 주인으로 이땅에 기여하는 자녀들로 기르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자”는 내용이다. 또하나는 “해외 선교투자에 비해서 우리의 미래이고 가장 중요한 2세들을 위한 선교사역에는 많이 투자하지 못했음을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2세들 뿐 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들인, 이 땅의 방황하는 타커뮤니티의 젊은이들에도 관심을 갖고 품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기고문은 호소했다.
부모가 무서워 말도 꺼내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줄 수 있는 교회가 과연 몇 곳이나 될까. 해외 선교에 쏟아 붓는 열정과 비용으로 교회내 청소년 상담 기구를 설치해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미국내 3,400여개 한인교회들 중에서 청소년 문제 해결에 고심하는 교회가 몇 곳이나 될까 궁금하다.
청소년들은 한인사회의 미래이다. 특히 2세들의 건강해야 한인 교회의 미래도 건강하다. 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해준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변화 무쌍한 청소년기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세들과 고민을 함께 하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정섭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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