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들이 장묘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졸업생들이나 교직원들이 고향 보다는 정든 교정을 ‘영원한 안식처’로 택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남가주에서는 오렌지카운티의 채프먼 대학이 선두주자. 2005년 납골당을 세워 졸업생과 교직원, 그리고 그 가족이나 친구, 애완동물에게까지도 영면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채프먼 대학 납골당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번에는 USC가 2,000만 달러 예산의 예배당 건축 플랜에 납골당을 포함시키는 안을 심사숙고 중이다.
대학 내 납골당이 미국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세기에는 대학 내에 묘지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일반적이어서 아이오와 주립대학, 노틀데임, 버지니아 주립대학 등의 교내 묘지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한동안 뜸하던 장묘사업에 대학들이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은 수입원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죽어서 고향에 묻히기 보다는 모교 교정에 묻히기를 희망하는 동문, 교직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업 전망이 좋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사람들이 고향 보다 모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현대의 떠돌이 삶과 상관이 있다. 태어나면 그곳에서 자라 학교 가고 직장 잡고 가정을 꾸리던 시절에는 고향의 의미가 컸지만 지금같이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사는 사회에서는 고향이 의미를 잃고 있다. 젊은 꿈을 키웠던 대학이 오히려 마음의 고향으로 더 친근감이 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향이 지리적으로 멀면 자손들이 자주 찾을 수 없는 불편함도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2년 전 부친상을 당해 한국에 나간 K씨는 한국의 동생들이 장지를 새로 마련한다는 말에 의아했다. 고향에 선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생들 말이 (자신들이)서울에 살면서 경상도의 선산을 1년에 몇 번이나 갈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가족 나들이 하듯 자주 찾아뵈려면 서울 근교에 모셔야한다는 것이었지요”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는 미국에서는 어떨까. 대학 따라 직장 따라 자녀들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이 대부분 가정의 모습이다.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새해 등 1년에 몇 번 될까 말까이다.
살아서도 이렇게 모이기 어려운 데 돌아가신 부모 찾아뵙기는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서 한 주부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어 이곳 캘리포니아에 묻혀 있으면 동부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자주 찾을 형편은 못되고 그러자니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겠지요. 그래서 나는 죽으면 화장해서 재를 뿌리라고 유언할 생각이에요??
죽으면 어느 공원묘지에 묻히려니 하는 생각도 이제는 버려야 할 것 같다. 산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너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도시화, 핵가족화도 이제는 옛말이고 지구가 일일생활권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장묘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한줌의 재로 훨훨 날아갈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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