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안들과 관련한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은 ‘모범적 마이너리티’라는 이미지이다. 아시안들은 근면하고 교육수준도 다른 마이너리티들에 비해 높으며 특히 아시안 학생들은 학업에서 백인들을 훨씬 뛰어 넘는 우수함을 지니고 있다는 통념이다.
16일 밤 CNN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인 ‘앤더슨 쿠퍼의 360도’에서는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특집으로 내보냈다.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바로 “다른 인종들에 비해 공부를 훨씬 잘 한다”는 것이라고 방송은 보도했다.
방송에서 예를 든 북가주의 최우수 공립학교 미션 샌호제의 경우 아시안 학생은 75%이고 백인은 20%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의 5대 명문 공립 고등학교는 예외 없이 아시안들이 머조리티인 학교들이다.
이런 스테레오타입 때문에 명문대 입학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CNN은 최우등 성적에도 불구하고 프린스턴에 지원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중국계 지안 리군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는데 리군은 현재 연방교육부에 자신의 불합격 조치는 타당성이 없다며 소원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모범적 마이너리티’라는 스테레오타입은 겉보기에는 좋아도 아시안들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교묘한 역차별의 논리로 악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시안들 모두가 뛰어나고 모범적이며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닌데도 이런 신화에 가까운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UCLA 한 저널에 실렸던 일본계 4세 변호사의 기고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그는 “아시안들에 대한 이런 스테레오타입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부정적인 측면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학창시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백인 고객들로부터 “영어를 잘 한다”는 칭찬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던 경험과 “아시안들은 법조계의 리더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주류사회의 통념에 부딪혔을 때 ‘모범적 마이너리티’라는 스테레오타입 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일본계 변호사는 털어놓았다.
CNN 특집 말미에는 리얼리티쇼인 ‘서바이벌’ 우승자 한인 권율씨가 나와 앤더슨과 인터뷰를 했다. 권씨는 “아시안들은 공부만 잘 할뿐 리더십이 약하고 유약하다는 등의 잘못된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바이벌’이 각본 없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잘못된 스테레오타입을 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각본이 있었더라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마침 이날 저녁 열린 ‘아시안 엑셀런스 어워즈’ 시상식에서 권율씨는 시청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리얼리티 TV 스타’상을 받았다. 또 한인 코미디언 마가렛 조는 우수 코미디 공연부문 상을 받았다. 아시안들의 터프함과 리더십을 보여준 권씨, 그리고 “아시안들은 재미없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미국인들의 배꼽을 빼놓고 있는 마가렛 조씨. 두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아시안 스타들이 많이 나오면 스테레오타입도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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